‘실효 적고 과잉입법’ 국회 여당서 중처법 완화 개정 추진

고용부 각 부처·지자체 의견청취 공문 전달

노동계 “완화되면 중처법 무력화시키는 것” 비판

한 대형 공사장 입구에 안전 관련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경인일보DB
한 대형 공사장 입구에 안전 관련 문구가 부착되어 있다./경인일보DB

시행 3년차를 맞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여당을 중심으로 경영책임자의 기준과 처벌을 ‘완화’하려는 개정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노동계가 우려를 표하고 있다.

사망사고 감소 효과가 미비하고 과잉입법이라는 재계의 주장이 뒷받침된 반면 완화될 경우 제도의 실효성이 상실될 것이란 노동계의 비판이 제기되며 개정을 둘러싼 갈등이 커질 전망이다.

26일 국회에 따르면 국민의힘 구자근 의원이 최근 대표발의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중처법)에 대해 1천700개가 넘는 ‘반대’ 관련 입법예고 의견이 달렸다.

개정안은 형사책임 대상인 경영책임자를 ‘사업의 안전보건 조직, 인력, 예산을 총괄ㆍ관리하도록 권한과 책임을 위임받은 사람’으로 규정하며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처벌과 법인의 벌금수준을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으로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현재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중처법의 형사 대상인 경영책임자를 주로 사업주와 대표이사 등까지 확대해 적용하고 있다. 처벌 역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이 적용되고 있는데, 개정안의 경우 처벌 하한선을 없애고 최대 벌금액을 낮췄다.

개정안은 제안이유로 적은 실효성과 법률조항의 불명확성과 처벌의 과도성 등을 꼽았다. 업무담당자를 넘어 대표이사 등까지 적용해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가하는 것은 과하고, 이러한 처벌 규정이 실제 사망사고 감소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설명이다.

고용노동부는 개정안이 발의된 이후인 지난 19일 관련 의견청취를 각 정부부처와 전국 지자체에 전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구자근 의원 측은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경영계쪽에서 개정 요구에 대한 의견을 전달 받았다. 중대재해의 책임 주체가 무조건 사업주 등으로 하고 있어 혼란도 있는 것으로 파악돼 명확히 하기 위한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중처법 자체를 무력화하는 개정이라고 비판했다. 산업재해 사망자 감소가 더딘 것은 중처법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오히려 형량이 약하기 때문인데, 완화하면 실효성이 아예 사라질 것이란 주장이다.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산업재해 현황 통계를 보면 산업재해 사망 사고 발생 건수는 2022년 611건, 2023년 598건, 2024년 553건이다. 중처법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시행됐으며 지난해부터는 상시근로자 5인 이상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됐다.

중처법 시행 3년 동안 선고된 35건의 판결 중 실형을 받은 사건은 5건인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노총 경기본부 관계자는 “중처법은 효과가 없는 게 아니라 효과를 없게 만들고 있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현재 중처법은 실형은 5건에 불과하고, 집행유예가 남발되고 있다. 처벌만큼 책임감을 부여해 안전사고를 막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제도인데, 완화된다면 중처법을 없애자는 것과 마찬가지다. 제출된 법안이 실제 추진을 논의한다면 관련 대응을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