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5~1999년까지 해외입양인 14만여명
민간 알선기관 평균 아동 1명당 1650달러 수수료 챙겨
입양 과정 각종 인권침해 발생…56명 진실규명 결정

“3천달러에 해외로 팔려간 저같은 해외입양인들은 수치와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1984년 프랑스로 입양된 김유리씨는 26일 열린 해외입양과정 인권침해 사건 진실규명 기자회견에서 눈물로 이같이 호소했다.
진실화해위원회 조사 결과, 1982년 기준 민간 입양알선기관이 국외 양부모로부터 수수료 등으로 챙긴 아동 1명당 평균 금액은 1천650달러. 당시 한화 기준 210만원 정도로 자동차 1대 값에 달하는 반면 알선기관은 입양아동을 더욱 많이 확보하기 위한 투자금으로 이를 사용했다.
입양알선기관은 이같은 수익 구조로 1955년부터 1999년까지 14만1천778명의 아동을 해외로 입양한 것으로 파악됐다. 좋은 양부모에게 자란 입양인도 있지만, 모진 폭력과 성적 학대 등으로 고통받던 입양인들도 많다고 김씨는 증언했다.
김씨는 “저처럼 한국에서 프랑스로 입양돼 대학에서 만난 친구 A씨는 입양 직후인 생후 5개월부터 10살 때까지 40대인 양아버지로부터 강간당했고, A씨가 16살에 그를 고발해 모든 사실을 인정받았다”며 “프랑스 시골에서 머슴살이를 하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국 입양 청소년들의 소식을 매년 한해에 두어 번씩 들으며 자라왔다”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원회(진화위)는 이날 김씨를 포함한 56명의 해외 입양 과정 인권침해 사건 신청인에 대해 1차 진실규명 결정을 내렸다. 그중 경기도와 인천에서 출생하거나 최초 발견돼 입양된 아동들은 10명 이상인 것으로 파악됐다.
국가기관이 해외입양 과정의 인권침해를 공식 인정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진화위는 적법한 입양 동의 부재, 의도적 신원 바꿔치기, 양부모 자격 부실 심사, 허위 기아발견신고 기록 조작 등의 구체적 인권침해 사례를 확인했다.
이러한 인권침해 과정에서 정부의 관리·감독은 부재했다. 민간 알선기관이 챙긴 입양 수수료도 제도적 상·하한선 없이 기관 간의 합의 등으로 자체 판단해 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 사례를 보면, 1973년 덴마크로 입양된 A씨는 평생 자신의 본명이 박지우(가명)라는 이름이며 고아인 줄 알고 살아왔다.
그러나 최근 알선기관의 친생부모 찾기 지원 과정에서 본인의 진짜 신원은 장현수(가명)이며 친생부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입양 당시 해당 기관이 몰래 A씨의 신원을 장현수에서 박지우로 ‘바꿔치기’해 입양보낸 것이다.
인천의 한 보육기관에 입소해 있던 실제 박지우씨는 1973년 5월 25일 국내 다른 가정에 입양이 보내진 상태였다. 해당 사실을 모르고 덴마크 입양 의뢰를 추진한 알선기관은 뒤늦게 인지하고 같은해 10월 급하게 A씨인 장현수씨를 박씨로 신원 세탁해 입양 보냈다. A씨의 입양 알선 신청서가 접수된 지 8일 만에 이뤄진 입양이었다.
진화위는 국가의 공식 사과와 입양인의 시민권 취득 여부 실태조사 및 후속대책 마련, 입양알선기관의 입양인 권리 회복 노력 등의 권고사항을 내놓으며 추가 피해자들에 대한 진실규명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진화위 관계자는 “이번 권고사항 중 하나에 해외입양 전반을 조사할 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있다. 현재 제한적 인력, 자료로 조사하다 보니 이번 발표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며 “남은 조사 기간 동안 총 신청 접수된 367명의 사례 지속해 조사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