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李 대권가도 순풍 ‘대세론’
국힘, 뚜렷한 대안 없어 ‘위기론’
산불사태 엄중 분위기속 신경전
26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무죄가 선고되면서 정치권의 지형이 급변하고 있다. 이 대표는 원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으며 정치적 생명에 위기를 맞았다가 항소심에서 기사회생했다.
이번 판결은 민주당 내 ‘이재명 대세론’을 더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 상고 여부가 남아 있긴 하나, 사법적 위험요소가 상당 부분 해소되면서 대선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조기 대선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당내 경쟁자들보다 한발 앞서 대권 행보를 본격화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

반면, 국민의힘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이 진행 중인 가운데, 만약 인용될 경우 정국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여당은 신속히 대권주자 발굴과 내부 결속을 이뤄야 하지만, 현재 뚜렷한 대안 없이 헌법재판소 판결에 집중하며 반전 전략을 모색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날 여야는 산불사태의 엄중한 분위기 속에 논평으로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은 즉각 유감을 표하며 대법원의 공정한 판단을 촉구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 꼬리표는 남아있다”며 “진정 떳떳하다면 재판지연 꼼수를 부리지 말고 평등한 국민의 한 사람으로 남은 재판에 성실히 임하라”고 강조했다. 호준석 대변인은 “산불로 20명 넘는 국민이 목숨을 잃은 국가재난상황에 민주당 의원들 안중에는 이재명 집권밖에 없었다”며 서울고법에 몰려간 민주당 의원들을 비판했다.
윤상현(인천 동미추홀을) 의원은 “이런 해괴한 정치재판이 문명국가에서 발생한 게 부끄럽고 자괴감 든다”고 했고, 김기현 의원은 “거짓말은 했는데 허위사실공표는 아니라던 50억클럽 권순일의 대법원 판결 데자뷔”라고 주장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무죄를 정해놓고 논리를 만들었다”며 재판부를 직격했고, 한동훈 전 대표는 “진실에도, 국민 상식에도 반하는 이 판결대로라면 대한민국 선거에서 어떤 거짓말도 죄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정치보복 수사에 경종을 울린 사필귀정 판결이라고 평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이재명 대표를 옭아맸던 거짓의 올가미가 끊어졌다”며 “검찰이 대통령의 정적을 죽이기 위해 지독한 억지수사와 기소로 괴롭혔으나 결국 진실은 드러났고 정의는 승리했다”고 환영했다.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부당한 정치탄압을 거부한 사법부의 단호한 결단이자 법치주의 원칙을 지켜낸 역사적 판결”이라며 검찰에 상고 포기를 요구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검찰의 과도한 기소를 이제라도 바로잡아 다행”이라고 했다.
한편 이 대표는 선고 직후 법원을 나와 곧장 산불피해 이재민들이 있는 안동다목적체육관으로 향했다.
/정의종·하지은·김우성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