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팔달산 등 화재 무방비 노출

영농부산물 소각도 근절못해 문제

김동연, 道소방본부 방문 상황 점검

26일 오후 수원시 팔달산에 지난해 폭설로 인해 부러진 나무와 벌목해 쌓아 둔 나무 더미가 방치돼 있다. 2025.3.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26일 오후 수원시 팔달산에 지난해 폭설로 인해 부러진 나무와 벌목해 쌓아 둔 나무 더미가 방치돼 있다. 2025.3.26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지난 21일 경남 산청과 22일 경북 의성 등에서 발생한 산불이 닷새째 확산 중인 가운데, 강풍을 타고 계속 번지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벌목 후 쌓아 놓은 나무들이 경기도 곳곳에 산재해, 산불 발생 시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6일 산림당국 등에 따르면 영남 지역 산불로 이날 현재까지 사망자는 26명, 산불로 소실된 주택과 사찰, 문화재 등은 209곳에 달한다. 이날 오후 의성 산불 현장에선 진화 작업에 나섰던 소방헬기가 추락해 기장 A씨가 숨졌다.

경기지역에서도 산불이 발생했다. 이날 오후 1시 52분께 용인시 하갈동의 한 야산에서, 2시 27분께엔 파주시 장곡리에 있는 한 야산에서 불이 났다.

이런 가운데 도내 야산 곳곳에 벌목된 나무들이 사실상 방치된 채 쌓여 있어 화재 시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수원시 팔달산 등산로 주변에는 지난해 11월 폭설로 쓰러진 소나무를 벌목한 뒤 쌓아 둔 나뭇더미가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었다. 지난 2월부터 팔달산 재해 복구 공사의 일환으로 폭설 피해를 입은 소나무 2천300주를 벌목하고 있는데, 현재까지 벌목한 1천300주 중 차량 진입이 불가능한 곳은 소나무를 쌓아 놓은 실정이다.

다른 곳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중론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벌목한 나무들을 작업자가 옮길 수 없는 경우 그대로 쌓아 놓을 수밖에 없다”면서 “나뭇더미가 산불 발생 시 불쏘시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건 알지만 딱히 처리할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나뭇더미들과 함께 영농부산물 소각 등도 화재 원인으로 꼽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광교산 일대를 관할하는 산불감시원들은 “농사 짓는 분들이 보는 눈이 없다 싶으면 밤낮 가릴 것 없이 영농부산물을 태운다”며 “영남 지역이 산불로 난리가 났는데도 등산로에서 버젓이 흡연하는 분들도 있다. 안전불감증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한국은 행위의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산불에 대한 인식이 안일하다”며 “관련 처벌을 강화하고 산불의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들을 철저히 단속해야 한다”고 밝혔다.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기체와 잔해가 흩어져 있다. 헬기 조종사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25.3.26 /연합뉴스
26일 경북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산불 진화용 헬기가 추락해 기체와 잔해가 흩어져 있다. 헬기 조종사는 사고 현장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2025.3.26 /연합뉴스

한편 이날 오전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상황실을 찾아 도내 산불 예방 및 진화 상황을 점검하고 소방대원들을 격려했다. 도는 이번 영남지역 산불과 관련해 긴급 대응체계를 가동, 이날 오전까지 소방관 180명과 펌프 40대, 물탱크 28대 등 장비 69대를 투입했다. 김 지사는 “경기도에도 지금 크고 작은 산불이 많이 발생하고 있으니 예찰을 강화해 달라”며 “혹시 산불이 발생하더라도 초기에 진압해서 피해가 없도록 산불 관리와 예방에도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태강·마주영기자 thin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