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경북 청송군 청송읍 야산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5.3.26 /연합뉴스
26일 경북 청송군 청송읍 야산으로 산불이 번지고 있다. 2025.3.26 /연합뉴스

괴물 산불이 영남지역을 불태우고 있다. 지난 21일 경남 산청, 22일 경북 의성·울산 울주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한 대형 산불이 강풍을 타고 안동, 청송, 영양, 영덕 등 인근 시·군으로 번지면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 산불이 집어삼킨 산림, 문화재, 민가, 공공시설 등 재산피해는 추정이 무의미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산림청과 소방청이 총동원한 가용자원은 산불의 기세 앞에 무용지물이다.

가장 참담한 일은 이번 산불이 발생시킨 역대 최악의 인명피해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오후 2시 기준 지역별 사망자는 안동 3명, 청송 3명, 영양 6명, 영덕 7명이다. 지난 21일 산청 산불 진화대원 및 공무원 사망자 4명과 26일 진화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조종사 1명을 포함하면 24명이다. 산불 피해로는 전례 없는 인명 피해다. 산불이 주거지역으로 번지면서 짧은 시간에 인명피해가 집중됐고, 강도 높은 진화활동으로 공무원들의 희생도 커졌다. 미처 수습하지 못한 희생자를 감안하면 최종적인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이미 발생한 유무형 피해도 막대하다. 의성군의 ‘천년 고찰’ 고운사가 전소됐고, 운람사도 소실됐다. 화선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으로 향하고, 지리산국립공원에도 불이 번졌다. 안동시는 전 시민에게 대피령을 내렸고, 피해지역 주민들은 시·군이 마련한 임시숙소에서 불안에 떨고 있다.

원인과 부실한 대응을 따지는 일은 나중이다. 국가재난에 민관군이 합심해 대응해야 한다. 국민의 생명 보호가 최우선이다. 이미 조치 중일 테지만 산불 지역내 국민들 대피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생명 우선 원칙은 진화작업에 투입된 공무원에게도 똑같이 적용돼야 한다. 진화헬기 조종사 사고 후 헬기 운항을 정지시킨 정부는 몇 시간 뒤 산불현장에 헬기를 다시 투입했다. 진화를 위한 고육책이지만 진화대원의 안전이 최우선이다. 안전한 진화와 통제 매뉴얼로 군·경의 입체적 지원도 신속하게 전개해야 한다.

또 다른 산불이 발생하면 속수무책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산불 예방활동에 전력을 기울여, 영남 산불에 집중된 진압 자원을 유지시켜 주어야 한다. 인위적 진화가 불가능한 산불이라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국가적 대응은 과도할 정도로 작동해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