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그간 ‘대항마’ 대권 행보, 이재명 사법리스크 해소에 주목

현직 도지사인 점 외부 일정 제약… “경제전문가 장점 살려 승부”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초청으로 25일 저녁 2시간가량의 강연·대담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치 개혁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2025.3.25 /경기도 제공
서울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생회 초청으로 25일 저녁 2시간가량의 강연·대담에 나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정치 개혁 필요성 등을 역설하고 있다. 2025.3.25 /경기도 제공

윤석열 대통령 구속 취소 이후 주춤해진 김동연 경기도지사의 대권 행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항소심 무죄 판결이라는 대형 변수가 어떻게 작용할지 관심이 쏠린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데다, 이 대표가 ‘사법 리스크’에서 한층 멀어진 만큼 야권 ‘플랜B’ 김 지사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26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김 지사는 26일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 선고에 대해 “사필귀정”이라며 “검찰의 과도한 기소를 이제라도 바로 잡아 다행”이라고 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그 외엔 말을 아꼈다. 이날 안산 마음건강센터 개소식 등 공식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이 대표와 관련해 이렇다 할 언급을 하지 않았다.

김 지사가 그간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대표의 ‘대항마’로 꼽혀왔던 만큼, 이번 이 대표 항소심 선고가 추후 행보 등에 있어 깊은 고민을 안겨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거리문화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5.3.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10일 오후 수원역 로데오거리문화광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규탄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2025.3.10 /최은성기자 ces7198@kyeongin.com

현재 김 지사는 출·퇴근 시간대를 활용해 윤 대통령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지만, 그 외엔 이렇다 할 대권 행보를 보이진 못하고 있다. 지난달 광주·대구 등을 잇따라 방문해 지역 유권자들의 표심을 자극하고 보폭을 넓히던 모습과는 대조된다. 당초 이달 중 부산 일정도 조율하고 있었지만 3월 내엔 방문이 불발될 가능성이 커보인다.

현직 도지사인 점도 광폭 행보를 제약하는 요인이다. 김 지사 측 관계자는 “(다른 유력 주자들처럼) 도보 행진을 하거나 단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타 지역을 방문하는 일정을 잡았다가 덜컥 탄핵심판 선고 일정과 겹쳐버리면 난감하니, 현재로서는 1인 시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 지사의 싱크탱크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는 ‘사람과 경제’ 포럼 역시 발족이 지연되고 있는데, 이는 다양한 변수로 김 지사 행보가 주춤해진 점과 맞물린다. 해당 포럼은 경제 등 각 분야 전문가들과 여러 정책 관련 의견을 교환하자는 취지다. 김 지사 측근으로 분류되는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차관이 창립준비위원장을 맡았다. 포럼 발족이 늦어지는데 대해 김 전 차관은 “당초 지난 16일과 23일에도 국회에서 포럼을 열기로 했었지만 탄핵 선고가 이뤄지지 않으며 무산됐고, 오는 30일도 예정돼 있지만 아직 미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분수령 삼아 분위기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 역시 어려워졌다. 이와 관련, 김 지사 측 관계자는 “1인 시위는 ‘주경야탄’(낮에는 경제, 밤에는 탄핵)의 의미이자 절박함의 표현”이라며 “지금은 ‘경제 전문가’라는 김 지사 장점을 살려 정책과 비전으로 승부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영지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