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숨을 곳 많아… 범죄 최적지

 

수원서도 112신고·현행범 체포

“캠퍼스내 CCTV 등 대응 필요”

외부인이 대학가를 나체 상태로 돌아다니며 학생들에게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주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출입이 비교적 자유로운데다 몸을 피할 곳도 많은 대학가 캠퍼스가 공연음란범죄 장소의 타깃이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20분께 수원시의 한 대학교 캠퍼스에서 ‘남성이 나체로 돌아다닌다’는 내용의 112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으로 출동한 경찰은 상·하의를 모두 걸치지 않은 40대 A씨를 발견, 공연음란 혐의로 현행범 체포했다. 당시 A씨는 술에 취하거나 마약을 투약한 상태가 아니었으며, 경찰 조사에서 범행 동기에 관해서는 함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A씨가 ‘출몰’한 곳을 찾아가 보니 캠퍼스 내에서도 인적이 비교적 드물었다. 정문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데다 산길로 향하는 산책로와 맞닿아 있어 학생들의 주요 생활 공간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다만 강의시간이 다가오자 산책로 등을 통해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곳에서 만난 한 재학생은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며 “매번 이 길로 학교를 오가는데, 마주치면 당황해 움직이기도 어려울 것 같다”며 불안감을 내비쳤다.

대학가에서 옷을 입지 않고 배회하는 등의 공연음란범죄는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도 서울 동국대 인근에서 나체 상태로 돌아다니며 소란을 피운 3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당시 대입 논술고사가 열려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다수 모여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19년에도 홍익대학교 캠퍼스 내에서 한 남성이 나체 상태로 돌아다니다 청소노동자에게 발각되는 일이 있었다.

경찰대 치안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공연음란범죄는 대부분 일면식이 없는 사람(93%)을 상대로 일어난다. 대학교가 공연음란범죄 장소의 타깃이 되는 건 유동인구 자체가 많은데, 출입도 비교적 자유롭고 피할 곳도 많기 때문이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대학교는 접근하기가 쉬운데 학생과 더불어 교수, 교직원까지 사람도 많아 원하는 효과를 얻기에 유용하다”며 “초·중·고등학교와 비교해도 대학교는 대로변에서 일부 떨어진 독립적인 공간이고, 캠퍼스 내에도 건물과 샛길이 다양해 범죄가 발각되더라도 몸을 숨기기에 보다 수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곽대경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교수는 “이들은 상대가 난처해 하는 반응을 보며 성적 쾌감을 느끼는데, 비교적 사회경험이 적은 대학생들에게서 원하는 반응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캠퍼스 내에 CCTV등을 충분히 설치하고 사건이 발생하면 신속히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