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에 구멍난 도민 마음 메워질까

 

서울 강동구 사고 계기 공포 확산

지하안전지킴이 활용하는 경기도

대비 한계 보완하려 조례 등 준비

空洞 피해 예방 협의체 구성 시동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실종됐다. 2025.3.25 /연합뉴스
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명일동 대명초등학교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실종됐다. 2025.3.25 /연합뉴스

“자주 다니는 도로가 울퉁불퉁한데 갑자기 땅이 푹 꺼져버릴까 불안합니다.”

서울 강동구 싱크홀(땅 꺼짐) 사고를 계기로 싱크홀에 대한 공포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내에서도 관련 신고가 속출하고 있다.

경기도는 지하안전지킴이 등을 활용해 싱크홀 사고를 예방해보려 하고 있지만, 싱크홀 특성상 육안으로 심각성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사고 예방에 한계가 있는 상태다.

이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조례 등이 입법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27일 오후 1시께 찾은 수원시 경기남부보훈지청 주차장에는 아스팔트 바닥 곳곳에 금이 가 있었다. 금이 깊게 파인 곳은 흰색 시멘트로 메운 흔적이 보이기도 했다.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불안감을 키운 것은 해당 주차장에서 300m 정도 떨어진 곳에서 인덕원~동탄선 6공구 건설 공사를 하고 있어서다.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 대형 싱크홀 사고가 발생한 지점도 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사업 1공구 구간이 포함돼 있어 해당 공사가 사고의 원인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다.

용인시 농서동의 한 도로가 지난해 1월 10일 땅꺼짐으로 침하된 모습. /경인일보DB
용인시 농서동의 한 도로가 지난해 1월 10일 땅꺼짐으로 침하된 모습. /경인일보DB

주민 A씨는 “인동선 공사에 돌입한 이후로 바닥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으로 기억한다. 최근 들어 균열이 더 많이 보이는 것 같다”며 “평소 이 근처 운동장으로 매일 운동을 다녔는데, 이젠 혹여 싱크홀 사고가 날까봐 불안해서 이 길로는 잘 다니지 않는다. 수원시에 민원을 넣었지만 관할이 아니라는 답변만 받았다”고 토로했다.

고양시에서도 싱크홀 의혹이 있는 곳이 발견됐다. 고양시 맘카페에는 지난 21일 한 네티즌이 “횡단보도 직전 차도부터 땅이 훅 꺼져있다”며 고양시 일산서구의 한 교회 앞 삼거리 사진을 함께 첨부했다.

이에 대해 일산서구청 관계자는 “현장 점검을 나가서 확인해보니 싱크홀 사례는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 2016년 관로정비 공사를 했는데 해당 구간이 자연침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부 지하안전정보시스템(JIS)에 따르면 2018년부터 현재까지 경기도에서 발생한 지반침하 사고는 총 307건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도의회는 싱크홀 사고 예방을 위한 조례 개정에 나섰다.

도의회는 지난 26일 건설교통위원회 소속 김영민(국·용인2) 의원이 추진 중인 ‘경기도 지하안전 관리 및 유지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1시30분께 평택시 이충동 사거리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에 차량 1대가 빠져있다. /경인일보DB
지난해 6월 24일 오전 11시30분께 평택시 이충동 사거리에서 발생한 싱크홀(땅꺼짐)에 차량 1대가 빠져있다. /경인일보DB

개정안은 지반침하 또는 땅속 빈공간인 ‘공동(空洞)’ 발생에 따른 피해 예방을 위해 경기도, 31개 시·군, 공공기관 등이 협의체를 구성하는 것이 핵심이다. 협의체는 지하시설물 안전관리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지반침하 발생 시 공동으로 대응방안을 마련한다.

또 현재 도가 지하안전전문가들로 구성해 운영 중인 경기지하안전지킴이를 법제화 하고, 지하개발이 이뤄지거나 싱크홀 민원이 접수돼 전문가의 기술적 지원이 필요할 때 협의체가 경기지하안전지킴이를 통해 신속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했다.

김 의원은 “싱크홀 징후가 발견됐을 때 협의체가 전문가들을 현장에 보내 대응한다면 많은 싱크홀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결국 공사 단계에서부터의 감시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학교 토목공학과 교수는 “싱크홀 발생의 가장 큰 원인은 부실한 토목공사인데, 공사가 당초 계획대로 안전하게 진행되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각 지자체는 지하개발 공사가 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예측하고 평가하는 지하안전평가를 꼼꼼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영지·한규준·마주영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