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 지정 등 논의
2010년 제정후 소비 환경 반영 제대로 안돼
지역 정치권에서도 개선 필요 목소리 높아
수원시 “유통환경 변화 맞춰 다각도 논의중”

“젊은 사람들은 없죠. 여기가 훨씬 싼데도 다들 핸드폰으로만 장보잖아요.”
29일 수원시 팔달문 인근에서 청과물 가게를 운영하는 조모(60대)씨는 매장을 찾아온 중장년층 손님들을 바라보며 “우리 같은 가게가 대형마트보다 싸고 신선한데도 요즘은 편한 게 최고라더라”고 토로했다.
온라인 기반 ‘앱 장보기’가 일상화되면서 유통 질서가 급격히 재편되고 있지만, 전통시장 상인 등을 보호하려는 목적으로 운영되는 오프라인 유통 규제는 20여 년 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현재 경기도 내 지자체들은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유통업상생발전협의회를 운영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지정이나 입점 조정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매장 규제 중심인 해당 법령은 2010년 제정 이후 변화한 소비 환경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실효성 논란에 직면했다.
실제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휴무일에 문을 닫는 사이, 그 공백을 쿠팡·컬리·배달의민족 등 이커머스가 빠르게 흡수하면서 온라인 유통이 급성장해 왔다. 통계청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식료품 거래액은 2022년 36조1천억 원에서 2023년 40조6천억 원으로 늘었고, 2024년 상반기에만 27조7천억원을 기록해 연말까지 5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집계됐다.
도내 다른 지자체들이 기존 규제 틀 안에서 대형마트 휴무일 평일 전환 등 미세 조정에 머무는 사이, 최근 수원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유통시설총량제를 도입했다. 오는 2027년까지 대형마트·백화점 등 대규모 점포(3천㎡ 이상)의 신규 입점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비교적 적극적인 대응으로 평가받는다.
그러나 유통이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된 현실에서 오프라인 점포 규제로 체감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전까지 대형마트와 경쟁하던 전통시장 상인들은 이제 ‘온라인 유통 공룡’과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비슷한 총량제를 시행했던 대전시 역시 이커머스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확장에 따라 규제 효과가 점차 약해진 바 있다.
지역 정치권에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재형 수원시의회 의원은 지난 20일 제2차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온라인 마켓 이용 급증으로 전통시장과 골목슈퍼의 입지가 줄고 있다”며 “대형할인점과 중소상공인이 함께 버틸 수 있는 유통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총량제가 신규 점포만 제한하면서 기존 대형마트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기존 점포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일정 면적 이하로 분할된 복합 유통시설이나 소형 매장은 제도 적용을 피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수원시 관계자는 “플랫폼 기반 유통에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유통환경 변화에 맞춰 여러 부서가 다각도로 논의하고 있다”며 “총량제는 대규모 점포를 사전에 조정하려는 취지로 현재까지는 신규 입점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