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원 사전투표율 7.61%…성남 더 낮아
청년 유권자들 무관심 “재보선 투표일도 몰라”
대통령 탄핵 심판 등 중앙 정치 이슈 매몰 한몫

조기 대선 가능성 속 민심의 풍향계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관심을 끌었던 4·2 경기도의원 재·보궐선거가 탄핵 등 중앙 정치권 이슈에 묻히는 모양새다.
28~29일 이틀간 진행된 사전투표율이 7.61%에 불과했던 점은 이 같은 유권자들의 무관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사전투표 첫째 날이었던 지난 28일 오전 성남시 분당구 서현1동행정복지센터 사전투표소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출근시간대 행정복지센터 앞을 지나 인근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이들은 많았지만, 투표를 위해 이곳에 오는 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젊은 층보다는 60~70대가 주로 투표장을 찾은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8시부터 9시까지 약 1시간 동안 사전투표소 앞에서 지켜본 결과, 투표를 하러 온 유권자는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출근 전 사전투표소를 찾은 서현동 주민 박시홍(64)씨는 “나라가 이 모양인데, 나라를 제대로 만들려면 빨리 투표해야 하지 않겠느냔 생각에 왔다”며 “주변 지인들이 아무도 이번 투표에 관심이 없어 나라도 찍어줘야겠다는 생각에 투표소를 찾았다”고 말했다.
신덕희(78·여)씨는 “아무래도 보궐선거이고 도의원 선거여서 관심도가 떨어지는 것 같다”며 “기껏 뽑아 놓으면 서로 싸우기만 하니 국민들이 정치에 대해 너무 지친 경향이 있다. 그래서 싸우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았다”고 웃음을 보였다.

또 다른 선거 지역인 군포시 역시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이날 오후 4시께 찾은 군포시청 2층 대회의실 사전투표소도 투표하러 온 시민보다 투표 참관인이나 관리 인원이 더 많았다. 대기 없이 바로 투표에 참여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한 선거관리단원은 “오늘 400여명 정도 찾아주신 것 같은데, 아무래도 평일이다보니 어르신들이 많이 왔다. 종종 젊은 분들도 보이긴 했다. 내일(29일)이 주말이니 더 많은 시민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 재보선 선거권자임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청년들은 사전투표가 시작됐다는 사실 자체를 몰랐거나, 선거에 별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군포시 금정동에 거주하는 강태현(27)씨는 “며칠 전에 선거 유세차를 보고 4월에 재보선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며칠에 하는지도 정확히 모른다”며 “사전투표는 안 했고 시간이 된다면 본 투표날에 투표하겠지만 굳이 시간 내서 투표하러 가지는 않을 것 같다”고 답했다.
성남시에서 아이를 키우는 조수연(34·여)씨 또한 “집 앞 행정복지센터에서 사전투표가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투표를 하지 않았다”며 “사실 도의원들이 우리를 위해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몰라서 자연스레 관심도가 떨어지는 듯하다. 대선같은 큰 선거는 투표하지만 도의원 재보선은 관심이 잘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무관심은 낮은 사전투표율에서도 드러났다. 실제로 사전투표 첫 날인 지난 28일, 경기도 사전투표율은 2.34%에 불과했다. 그나마 주말인 29일 투표율이 약간 올라, 최종 사전투표율은 7.61%였다. 이는 전국 사전투표율 평균치(7.94%)와 비교해봐도 낮은 수준이다.
군포4 지역이 9.53%로 비교적 높았고, 성남6 지역은 6.82%였다. 선거권자 15만9천996명 중 사전투표한 유권자는 1만2천170명 뿐이었다.
광역의원 재보선 특성상 관심도가 안 그래도 낮을 수밖에 없는 상황 속, 중앙 정치권 이슈 등에 매몰된 실정 등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여기에 각 후보들이 대형 산불 사태로 율동 등이 동원된 유세도 자제하고 있어, 눈길을 끌긴 더 어려운 모양새다.

도의원 후보들의 목소리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군포4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성복임 후보는 “두 달 전 출마를 선언하고 활동을 했는데 아직도 왜 보궐선거가 치러지는지도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재건축 등 지역 현안의 해결을 당부하는 분들도 있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 좀 빨리 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분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같은 선거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배진현 후보도 “선거 운동을 하다보면 탄핵 문제 등을 묻는 시민 분들이 종종 있다. 별다른 답을 하지 못할 때가 더 많은 것 같다”고 했다. 국민연합 오희주 후보 역시 “소수 정당이고 첫 출마라 저희 정당과 제 정책 등을 더 열심히 알려야 하는데, 거대 양당 이야기를 거칠게 하는 분들도 종종 계신다”고 밝혔다.
성남6 국민의힘 이승진 후보는 “어떻게 구체적으로 영향을 미칠지는 판단이 안 서지만, 윤 대통령 선고가 예상보다 늦어지는 것과 이재명 민주당 대표 무죄 판결로 재보선에도 당연히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특성상 재보선은 평일에 치러지는데, 공휴일도 아니니 당연히 시민들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 경쟁하는 민주당 김진명 후보는 “열심히 유세를 하고 있지만 아직 재보선을 모르는 분들이 많다고 느낀다. 정권을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시민들도 많이 만나뵀는데, 남은 선거기간 지역 현안 해결을 강조하겠다”고 역설했다.
/이영지·김태강·강기정기자 bbangz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