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에도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하지 않음으로써 선고가 마냥 늦춰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와 불안이 짙어지고 있다. 처음엔 3월 중순 경으로 예상됐던 선고가 미뤄지면서 사회는 심리적 내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주에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됨으로써 보수층의 불만과 탄핵 반대가 더욱 세를 얻어가는 형국이 됐다.
민주당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항간에는 갖은 억측과 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재판관들의 판단이 합일점을 찾지 못하고 평의에서 고성이 오간다는 말과 평의도 30분 만에 끝났다는 식의 설들이 흘러나오고 있다. 앞서 한덕수 총리 탄핵심판에서 재판관 의견이 각양각색으로 갈린 걸 보면 전원일치의 의견을 모으기가 어려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근거가 없지 않아 보인다. 게다가 이 대표의 항소심 무죄가 윤 대통령 탄핵심판의 변수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양 극단의 정치가 사라지는 게 적대적 공생의 고질적 한국 정치의 병폐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 대표의 항소심에서 유죄가 나왔다면 탄핵 반대 세력과 국민의힘의 반발도 약해질 수 있고, 헌재 재판관들의 부담도 그만큼 덜어질 수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미 이 대표의 항소심은 무죄로 나왔다. 헌재의 심판을 이 대표 사건의 대법원 판결까지 늦춰서 대선을 미뤄야 한다는 생각은 합리적이지도 않고 그동안 나라는 경제는 물론이고 국격이나 대외신인도 등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추락할 것이다. 이미 국정 공백과 탄핵 찬반 세력의 대결 구도로 경제와 민생은 물론 안보·통상 질서에 대응할 리더십은 붕괴된 상태다.
헌재가 절차의 흠결을 남기지 않고, 불복의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 선고를 늦추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동안 탄핵 찬반 세력의 극단적 대립은 이미 한계를 넘고 있다. 헌재의 결단이 절박한 이유이다. 4월 18일이 문형배·이미선 두 재판관의 퇴임날이다. 그 전에 선고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그 이후에는 차기 대선과 이 대표 상고심 일정 등과 관련하여 온갖 주장과 가짜뉴스 등으로 민심은 극도로 흉흉할 게 뻔하다. 헌재 내부의 상황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이번 주나 아무리 늦어도 다음 주에는 결론을 내려야 한다. 지체되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법언(法諺)을 새겨야 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