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근공장 내달 한달간 셧다운·급여 삭감

美 관세에 가격상승·수익성 악화 불가피

매출 기준 1·2위… 지역총생산 최소 20%

납품社 연쇄 도산땐 인천경제 무너질수도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

현대제철과 대우자동차(현 한국지엠)는 인천 경제 성장의 상징과 같은 존재였다. 제조업 중심 도시 인천에 본사를 둔 이들 기업은 지역에 사는 많은 노동자들의 ‘밥줄’ 역할을 했고, 시민들이 내세울 수 있는 자랑거리였다. 인천을 잘 모르는 타지 사람들에게 현대제철과 대우자동차가 인천에 있다고 말하는 것 만으로도 시민들은 일종의 지역에 대한 우월감을 느꼈다.

그랬던 이들 기업이 인천 사람들의 마음 속에서 지워진 건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현대제철의 경우 2004년 당진에 있던 한보철강을 인수한 후 일관제철소 등을 건립하며 기업의 중심이 인천에서 당진으로 옮겨졌다.

기업의 중심축이 옮겨지면서 인천은 현대제철의 여러 공장 중 일부가 됐고 인천 지역 사회와도 소원해졌다.

대우자동차는 1999년 모기업인 대우그룹이 부도를 맞고, 미국 기업 GM이 주인으로 들어오며 사실상 인천과의 연을 끊었다. ‘글로벌 대기업’답게 공장만 인천에 있을 뿐 지역 사회와의 교류가 단절된 지 오래다. ‘대우차 팔아주기 운동’을 포함해 회사가 어려울 때마다 함께 했던 시민들은 이제 한국지엠의 크고 작은 일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

인천과 애증의 관계라 할 수 있는 이들 두 거대 기업 상황이 요즘 심상치가 않다.

현대제철은 사실상의 구조조정을 예고했으며 인천공장 일부를 셧다운 했다. 한국지엠은 철수설이 나오고 있다. 이번에는 엄살 수준이 아니라 정말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대제철은 최근 비상경영체제 돌입을 선언하고 전 임원 급여를 20% 삭감하는 한편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는 등 사실상의 구조조정에 착수했다. 인천공장 내 철근공장은 4월 한달 셧다운 하기로 했다. 중국·일본산 저가 철강재 과잉 공급, 미국의 고율 관세 부과라는 이중고에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한국지엠의 상황도 최악의 시나리오대로 흐르고 있다. 미국이 모든 수입차에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북미 수출 비중이 큰 한국지엠에 심각한 타격이 예상된다. 한국지엠은 미국 등 북미에 전체 생산 차량의 약 95%를 수출하고 있다. 관세 부과 시 소비자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 대부분의 물량을 미국 수출에 의존하는 구조로 내수 점유율 확대 등 ‘플랜 B’가 실현되지 않을 경우 경영 악화는 시간 문제로 자동차 업계는 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지엠의 본사인 글로벌 GM 풀 제이콥슨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미국 정부의 수입차 관세 부과 정책이 영구화할 경우 GM은 공장 이전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밝혀 한국지엠 철수설이 다시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인천에 있는 여러 기업 가운데 현대제철과 한국지엠은 부동의 1·2위(매출기준) 업체다. 2023년 기준 현대제철의 매출액은 21조6천94억원, 한국지엠은 13조7천339억원 규모다. 인천의 지역총생산(GRDP)에서 이들 업체가 차지하는 비율은 최소 20%가 넘는다. 인천의 대들보라 할 수 있는 두 업체가 흔들리면 인천 경제 전체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지엠을 중심으로 이 회사에 자동차 부품 등을 납품하는 중소기업들은 일종의 산업생태계를 형성하고 있어, 한국지엠이 흔들릴 경우 연쇄적 도산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크다. 인천 지역 경제가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다.

대통령 탄핵심판 등 국내 정치가 극도로 불안한 상황에서 정부는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들 기업의 경영진과 노조도 각기 다른 소리를 내며 사분오열하고 있다.

현대제철과 한국지엠이 시민들의 마음속에서 지워졌다고 해서 지역 사회에 주는 경제적 영향까지 줄어든 것은 아니다.

인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이들 양대 기업이 살아야 인천도 산다. ‘미워도 다시 한번’, 현대제철과 한국지엠이 다시 힘을 낼 수 있도록 시민들의 관심과 성원이 필요한 때다.

/김명호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