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8일 오전 6시58분, 인천경찰청 112치안종합상황실로 ‘ㄴ’ ‘ㅇㄹ,야’라는 문자메시지가 도착했다. 신고 이유를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상황실 근무자는 신고자가 확인 전화를 안받자 위급상황을 의심했다. 신고자의 위치를 파악해 즉시 출동해 선착장에 쓰러져 있는 30대 남성을 구조했다.

느낌만으로 위급상황에 대응한 112 출동으로 범죄를 해결한 사례들이 무수하다. 2023년엔 택시기사가 승객이 마약사범으로 의심되자 일상적인 통화를 가장해 112센터에 신고했고, 감 잡고 수원역에서 대기 중이던 경찰에 범인을 넘겼다. 한 여성의 112 짜장면 배달 주문에 촉이 발동한 경찰이 현장을 급습해 성폭행범을 잡은 사건도 있었다.

119의 활약도 112 못지않다. 응급상황에 몰린 피해자가 119 신고만 해도 소방관들이 출동한다. 2021년 4월 경기도 소방본부 김현근 소방장은 말 없이 수화기만 두드리는 119신고만으로 구급대를 출동시켜 신고자의 생명을 살렸다. 119신고 전화의 기계음을 화재경보기 소리로 알아채고 출동해 화재현장에서 실신한 피해자를 구하거나, 차량 깜빡이 소리만으로 출동해 의식이 없는 신부전증 환자를 구하는 등 사례는 무궁무진하다.

112상황실, 119센터에 걸려온 수많은 신고 유형이 쌓이면서 근무자들은 위급·응급상황에 직관적으로 반응하는 육감을 키우고,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을 테다. 국민도 이를 믿고 신고나 암시만으로도 보호받고 구조받을 것으로 신뢰한다. 국민과 경찰·소방이 육감만으로 소통할 정도로 112, 119가 전지적 공감의 경지에 올랐다. 국민의 주권과 공무원의 의무를 규정한 헌법 1조와 7조를 현장에서 구현하는 112와 119다.

허위신고는 112와 119에 치명적이다. 2023년 국회제출 자료에 따르면 그 전 5년 동안 112 허위신고가 총 2만1천565건, 119 허위신고는 5천745건이다. 만우절에 장난전화가 폭증하고, 수백 건씩 허위신고를 반복하는 상습범도 적지 않다. 경찰력과 소방력을 낭비시켜 전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반사회적 범죄다.

내일이 만우절이다. 장난 같은 계엄과 줄탄핵이 초래한 만우절 같은 정국만으로도 괴롭다. 경찰은 헌재와 집회 경비에 지치고, 소방은 산불진화로 기진맥진이다. 112와 119를 만우절과 허위신고로 괴롭히면 안된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