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 타격 대상 경기도 기업들
판로 막힌 중국산 제품도 들어와 시장 교란
상황 타개할 뚜렷한 방책 없어 새우등 신세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전쟁 타격 대상이 된 경기도 철강·알루미늄 기업에 경고음이 울렸다. 사실상 중국을 노리고 벌인 이번 미국발 관세 전쟁에서 철강·알루미늄 업계가 그 피해를 고스란히 입고 있다.
화성시에 위치한 (주)지제이알미늄은 1999년 설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 지난달 12일 미국이 국내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한 이후 정부의 수많은 대책이 나왔지만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뚜렷한 방책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미 수출 문턱도 높아진 데다, 미국의 관세에 판로가 막힌 중국발 철강·알루미늄이 국내로 헐값에 들어와 시장을 교란하고 있어 그야말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이 터지는 모양새다.
김인순 (주)지제이알미늄 부대표는 “중국이 덤핑 물품으로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계를 말려죽인 뒤 한국 제품으로 우회 수출하고 있다”며 “정부가 대중 무역에서 관세를 매겨 국내 기업을 보호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중국 기업과 맞서 버틸 수 있게 자금 지원이라도 해달라”고 호소했다.
31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미 철강·알루미늄 관세 부과 관련 중소기업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기업의 42.8%는 미국 관세 부과로 인해 수출과 매출에 영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예상되는 피해 규모는 수출액 평균 181만5천달러(약 26억6천만여원), 매출액 평균 41억4천만원으로 집계됐다.
피해가 속출하고 있지만 조사 기업의 67.5%는 여전히 관세 전쟁에 대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관세 부과를 인지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이 93.7%인 것을 고려하면, 사실상 대부분의 기업이 뻔히 보이는 피해를 알면서도 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 그래프 참조

정부는 서둘러 대책을 내놓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철강 통상 및 불공정 수입 대응 방안’을 수립하고 불공정 철강 수입재의 국내 유입 차단에 나섰다. 알루미늄 역시 단계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그러나 중소기업계는 국내 철강·알루미늄 기업을 잃지 않으면서도 이 시기를 넘어갈 수 있는 정부의 보다 확실한 물량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추문갑 중기중앙회 경제정책본부장은 “글로벌 보호무역주의가 확산하면서 중소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전문인력과 정보가 부족한 중소기업을 위해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