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초 ‘상징성’ 관심은 컸지만
의회·市 집행부 공감대 약해
건교위 “중복·재정 부담” 부결
본회의 통과 가능성도 ‘희박’
인천시민들이 제안한 첫 주민청구 조례안이 인천시의회에서 폐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인천 첫 주민청구 조례안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시민들의 관심이 컸지만 인천시의회와 인천시 집행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해 본회의 통과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31일 ‘인천시 기후 위기 극복과 교통복지 실현을 위한 무상교통 지원 조례안’을 논의해 부결 처리했다. 막대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를 해소하지 못했다. 건교위는 “이 조례안은 현재 시행 중인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와 유사·중복 문제가 있고, 무상교통 추진에 따른 재정 부담이 준비되지 않아 조례 제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부결 사유를 밝혔다.
인천시도 이 조례안에 대해 난색을 표했다. 인천시 김인수 건설교통국장은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중교통 공영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인천시가)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인천시는 2025년부터 2029년까지 5년간 무상교통 전면 시행에 필요한 비용을 1조9천685억원으로 추산했다. 연평균 4천억원으로, 기존 대중교통 정책 예산과 합하면 매년 9천266억원에 이른다. 이는 인천시 일반회계 예산 11조1천억원의 8.3%에 해당하는 수치다. 건교위 윤주인 수석전문위원은 “인천시 재정 운용 부담과 균형 발전을 고려한 충분한 사회적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 조례안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인데,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건교위 의원들 전망이다. 주민청구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반드시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조례 제정을 추진한 인천무상교통조례제정운동본부 박경수(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 공동대표는 “기후위기 극복과 대중교통의 공공성 확보가 취지다. 충분히 단계적으로 무상교통을 실시할 수 있음에도 수백억원, 수천억원이 드는 식으로 현실을 호도한 측면이 있다. 시민 뜻을 무시한 처사”라고 말했다.
이 조례안은 인천시가 무상교통 정책을 추진해 탄소배출을 줄이는 동시에 시민 이동권을 보장해 교통복지를 실현하자는 것이 목적이다. 2023년 4월20일 인천무상교통조례제정운동본부가 인천시의회에 제출했다. 청구권자(유권자) 총수의 200분의1(1만2천752명)을 넘긴 1만3천105명이 서명해 청구 요건을 갖췄다. 2024년 6월7일 인천시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됨과 동시에 건교위에 회부됐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