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인권보호 방향 정책 이뤄져야”
실거주 사실 불인정 철거 문제 꼽혀
파주시 “1층 불법 영업공간만 대상”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파주 용주골의 주거권 보호를 강조한 답신(3월17일자 1면 보도)을 보내오면서 용주골 성노동자 여성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관련 사안을 제소할 예정이다.
유엔여성기구는 용주골 폐쇄와 관련한 연속보도를 통해 주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지는 행정대집행의 문제점이 드러나자 각국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제하면서도, “개인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정책이)이뤄져야 하며 당사자 협의를 통해 (정책이)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1일 용주골 성노동자들과 주홍빛연대 차차에 따르면 용주골 성노동자들은 유엔여성기구의 답신을 근거로 이달 중 국가인권위원회에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공식 제소할 계획이다. 이들은 공권력에 의한 주거권·인격권 침해를 문제 삼으며 국가 차원의 인권보호를 촉구하고 있다.

용주골 성노동자 여성들은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이곳에 거주해왔다.
이 지역에 통용되는 보증금과 월세의 시세도 정해져 있고 실제 주거의 대가도 지불하고 있지만 정식 계약서는 작성하지 않았다.
이들이 이 장소에 실거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고려해 주거권을 보장하는 행정이 필요하다는 게 성노동자들의 목소리다.

주거권이 인정되지 않은 채 철거로 불법을 잠재우려 할 뿐 아니라 성매매 근절 정책이 당사자인 성 노동자가 아니라 불법이 일어나는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와 소통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꼽힌다.
앞서 유엔여성기구도 이런 점을 고려해 “성노동 및 성매매 정책은 반드시 해당 개인들의 인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하며, 각국의 맥락을 반영하되 포괄적이고 관련 당사자 및 단체들과의 협의를 통해 마련돼야 한다”며 주거권 보호와 소통에 초점을 맞춰 공권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 속에 지자체의 행정대집행이 강행되면서 현장의 갈등 양상은 고조되는 모습이다. 현재 행정대집행은 불법 건축물로 적발된 9개 건물을 포함해 주로 성매매 업소가 자리 잡은 1층 영업공간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용주골 성노동자 A(40대)씨는 “건물주와만 소통할 뿐 당사자인 여성들과는 어떤 대화도 하지 않고 있다”며 “불법이라는 이유로 왜 우리만 반복적으로 강제철거를 당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파주시 관계자는 “관내 모든 불법 건축물에 대해 시정 명령, 이행 강제금 부과 등의 행정절차를 진행한다. 용주골은 공공의 이익 판단과 시민들의 지지가 있어서 행정대집행을 하고 있다”며 “충분히 소통하며 자진 시정을 유도했고, 주거 공간이 아닌 1층 불법 영업 공간을 철거 대상으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