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청구, 직접민주주의 구현 평가
“첫 단계 연대서명부터 난관” 지적
단체 물론 개인 진행 ‘거의 불가능’
정의당 시당위원장 “제도 보완 필요”
인천 시민의 첫 주민청구 조례안이 인천시의회에서 폐기될 상황에 놓여있다. 주민 조례 발안 제도는 대의기관을 거치지 않고 주민이 직접 지방자치단체 조례를 제·개정하거나 폐지할 것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직접민주주의 구현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번 인천의 사례를 보면 허울뿐인 제도라는 지적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에서 부결돼 본회의 의결만을 앞두고 있는 ‘인천시 기후 위기 극복과 교통복지 실현을 위한 무상교통 지원 조례안’이 현재에 이르게 된 2년여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 같은 지적을 이해할 수 있다.
조례는 인천지역 정의당 인천시당을 비롯한 41개 지역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인천 무상교통조례제정 운동본부가 주도했다. 이들 단체의 이야기를 요약하면 사실상 개인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제도로 의원발의보다 더 까다롭고 힘든 과정을 거쳐야 했다.
청구 요건을 갖추는 연대 서명부터 난관이었다. 관련법은 청구권자 총수의 200분의1의 연서를 받도록 하고 있다.
제안 시점을 기준으로 청구 요건을 충족하는 기준은 1만2천752명이었다. 주민 조례 발안의 서명을 요청할 수 있는 사람은 대표자만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대표자 한 명이 6개월 동안 서명을 받기란 어렵기 때문에 수임인이라는 제도를 둔다. 인천의 경우 41개 단체가 힘을 합쳐 100여명에 가까운 수임인을 두고 서명을 진행했음에도 6개월을 꽉 채워야 했다.
유효서명인으로 인정받는 절차도 까다롭다. 이번 경우도 1차로 제출한 서명인 수가 1만2천910명이었지만 이 가운데 1천978명(15%)에 이르는 서명인이 무효 판정을 받아 추가로 보정된 서명부를 다시 제출해 인정받는 우여곡절을 겪어야 했다.
주소 표기에 실수가 있거나 이름을 정자체로 기재하지 못한 경우 등이 무효 사유였다. 단체도 어려움을 겪었는데 개인이 이러한 절차를 진행하기란 사실상 힘들다는 얘기다.
조례안을 만들면서 집행부와 인천시의회 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기회도 충분치 않다.
이번 주민 발의 조례를 추진한 운동본부 측은 인천시의회에 의견 수렴을 위한 공동 토론회를 제안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조례안이 수리된 이후에는 인천시의회 의장 명의로 발의돼 소관 상임위에 회부 된다. 수리가 된 이후에는 발의를 주도한 단체나 개인이 개입할 여지가 많지 않다.
이번 조례안의 경우에도 상임위 심의 과정에서 발의한 단체 측의 설명 기회를 충분히 얻지 못했다. 조례안 부결의 중요 이유 가운데 하나가 기존 조례와 유사하다는 문제였다. 유사하다는 기존 조례는 2024년 3월 시행됐는데, 이번 주민발의 조례는 이보다 훨씬 이전부터 추진되어 왔다.
박경수 정의당 인천시당 위원장은 “단체도 이번 과정이 만만치 않았다. 개인이 발의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면서 “직접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제도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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