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확정후 수천만원 가격 하락

추진시 퇴거, 불이익에도 매력적

“수리·이전비 요구 않는 등 조건”

“진행 더딘 매물땐 계약 해볼만”

경기도 내 리모델링 추진 아파트 단지에서 나오는 반짝 전세가 세입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리모델링 추진 시 퇴거해야 하는 등 불안한 거주 기간을 상쇄할 정도로 가격이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1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내 리모델링 사업계획 신청·승인 아파트를 중심으로 평년 대비 전세가가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수원시에 리모델링 사업계획 승인이 떨어진 영통구 영통동 두산·우성·한신아파트는 최근 59㎡(24평) 기준 전세 가격이 3억원대 미만으로 거래되고 있다. 리모델링 승인 전에 3억원 초반대였다면 현재는 2억원 후반대에 전세가가 형성돼 있다.

지난해 6월 용인시에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조건부 승인받은 죽전 도담마을7단지 뜨리에체 아파트 역시 84㎡(33평)와 59㎡(24평)를 중심으로 3천만원 가까이 신규 전세 가격이 낮게 거래되고 있다.

59㎡ 기준 지난해 상반기 3억원 중후반대에 거래되던 매물들은 리모델링 승인 이후 3억원 초중반대로 내려왔다. 11월엔 3억원 선이 깨진 2억9천400만원에 거래된 매물도 보였다. 84㎡ 매물에선 4억원 초반에서 3억원 후반대 거래되던 매물들이 3억원 중후반대로 내려온 모습도 관측됐다.

부동산 업계는 리모델링 승인 후 집주인들의 기대심리와 세입자들의 계속 거주 불안감이 맞물려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입을 모아 말한다.

영통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리모델링 통과 이후 내부 수리와 이주 확정 시 주거이전비를 요구하지 않는 조건으로 싸게 전세를 내놓는 집주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고, 죽전동의 한 부동산 관계자는 “현재는 신학기 등 이사철이 지나 매물이 줄었지만 오는 5월부터 매물이 또 나오면 가격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리모델링 발표 이후 해당 아파트 거주 세입자들이 인근 단지로 이주하며 일시적으로 주변 단지 전세가격이 상승하는 도넛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앞서 도담마을7단지 뜨리에체 아파트 단지 인근에 비슷한 조건의 한 아파트에선 지난 2023년과 지난해 상반기 3억원 후반대에 거래되던 전세 매물들이 최근 한달 평균 4억원 대에 거래되는 모습도 보였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세입자들에겐 더할 나위 없는 좋은 기회라고 말한다.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세입자 입장에선 건설 경기 부진, 부담금 분담 문제 등으로 진행이 더뎌지는 리모델링 아파트의 전세 매물을 발견한다면 주변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계약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지원기자 zon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