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민이 첫 제안한 주민청구 조례안이 최근 인천시의회 상임위원회에서 부결됐다. ‘인천시 기후 위기 극복과 교통복지 실현을 위한 무상교통 지원 조례안’은 인천 첫 주민청구 조례안으로 관심이 컸지만, 인천시의회와 인천시 집행부의 공감대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인천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는 “현재 시행 중인 인천시 대중교통 기본 조례와 유사·중복문제가 있고, 무상교통 추진에 따른 재정 부담 부분이 준비되지 않아 조례 제정에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인천시 건설교통국도 “정부가 정책적으로 대중교통 공영제를 도입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정책을 시행하기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봤다. 현행 조례 중복 문제와 함께 5년간 필요 예산으로 추산된 약 2조원에 이르는 비용 조달의 문제점을 이유로 든 것이다. 이 조례안은 오는 4일 본회의에서 다시 다뤄질 예정인데, 통과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시의회 건교위 의원들의 전망이다. 주민청구 조례안은 상임위에서 부결되더라도 본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정의당 인천시당과 41개 인천시민사회단체가 구성한 인천무상교통운동본부(이하 본부)는 1일 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예산을 핑계로 기후위기 극복과 교통복지 실현에 대한 시민의 열망을 저버렸다”고 의회 건교위를 규탄하고 본회의 통과를 요구했다. 조례안은 본부가 시민 1만3천471명의 서명을 받아 청구한 것으로, 지난해 5월 시의회 운영위원회가 수리 의결하고 의장이 같은 해 6월 발의한 바 있다. 본부는 기자회견에서 “무상교통 조례안은 대중교통 이용 확대로 자가용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시민들의 이동권을 보장해 교통복지를 실현하기 위한 것으로 기후위기 대응 및 민생 안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례”라고 강조했다.
인천시는 전면 무상교통 시행 시 정부 차원의 국비보조와 재원 마련을 위한 국세 및 지방세 등의 조세정책 변경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반면 본부는 전면 시행이 아닌 단계별 추진으로 검증해 볼 가치가 있는데, 시와 의회가 시민의 뜻을 무시한다고 반발한다.
전국적 무상교통 확대 흐름 속에 정부 차원의 지원을 촉구해야 할 필요성은 충분하다. 이와 함께 인천 첫 주민청구 조례의 폐기 자체가 아쉬운 대목이다. 이번 조례의 본회의 통과 유무를 떠나서 ‘주민 조례 발안제’는 신중한 심의로 존중해야 한다. 주민 조례 발안제는 지방자치의 상징이자 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