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새 피해자 1천여명 증가, 현재진행형

유일한 동아줄 특별법인데 내달 31일 일몰

국회 발의 연장안 탄핵정국 혼란 속 손놓아

국민 재산보호를 위해 정치적 움직임 바람

황준성 경제부장
황준성 경제부장

일주일 전 가까운 지인이 울먹이며 다급한 목소리로 “저 어쩌죠. 전세사기 당한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전세사기에 대한 사태의 심각성을 미리 알고 있었지만 가까운 지인이 당하니 오히려 머릿속이 하얘져 아무 말도 해주지 못했다. 아는 정보와 지식도 소용없었다.

좀더 솔직해지자면 알고 있던 정보 등 대처 방법은 말 그대로 남에게나 해주는 그런 정도 수준이다. 말 그대로 기사 등 글로 배운 얕은 지식. 내일이 아니다 보니 그런 것.

하지만 정말 가까운 지인이 전세사기를 당하니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게 됐다. 그럼에도 정작 위로밖에 건네지 못했다. 결국 그 지인은 스스로 소장을 쓰고 임차권등기를 신청하는 등 나홀로 싸움에 나섰다.

사실 전세 세입자들은 거의 다 알 것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등 전세사기에 대비한 대책이 마련돼 있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처음 전세 계약을 할 때는 보증보험에 가입한다.

문제는 묵시적 갱신이다. 전세 계약이 끝나면 새로 계약서를 써야 하지만 묵시적 갱신에서는 계약이 연장되기 때문에 다시 쓰는 경우가 드물다. 다만 보증보험 기간은 끝나는데 이를 놓치기 십상이다.

또 보증보험 청구는 세입자가 계약 종료 또는 2개월 전 정당한 사유없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때 할 수 있는데 묵시적 갱신은 계약이 종료된 것이 아니라 보증사고가 성립하지 않아 청구가 불가할 수도 있다. 제도의 사각지대가 존재하지만 지속적인 거주를 원하는 ‘을’ 입장인 세입자는 보증보험 재가입 등 먼저 나서기가 힘든게 현실이다.

인천 미추홀구에서 본격적으로 불거진 전세사기는 경기도를 비롯해 전국으로 퍼져 지난 2월 기준 2만7천372명이 피해를 봤다. 경기도는 5천902명, 인천시는 3천189명이다. 경기도와 인천시는 지난해 9월보다 각각 991명, 247명 증가했다. 게다가 전세사기 피해자의 74%가 30대 이하 청년층이다. 사회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주타깃이 되고 있다.

이처럼 전세사기는 여전히 현재 진행 중이다. 그런데 이를 위해 만들어진 ‘전세사기특별법’은 종료를 앞두고 있다. 일몰 시한이 5월31일이다.

피해자들에게 금융 지원을 확대하고 정부가 경·공매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인 이 법은 피해 보증금 보전과 최우선변제금을 최장 10년 무이자 대출하는 등의 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물론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존재하고 특별법에도 처해지는 솜방망이 처벌은 여전히 숙제지만 전세사기 피해자에게는 유일한 동아줄이기도 하다.

또 특별법이 종료되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도 멈춘다. 경매 등 절차로 인해 LH 전세사기 피해주택 매입량은 속도가 더디지만 이 지원 방안으로 해당 피해자는 전세보증금 78%가량 회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LH가 감정가격과 경매 낙찰가격의 차이(경매 차익) 만큼을 피해자에게 돌려주면서 후순위 임차인인 세입자도 전세금을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것이다.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자 중에서는 2명이 전세금 전부를 회수하기도 했다. A씨는 경매차익 등을 지급받아 피해 보증금 7천만원을 회수한 뒤 피해주택에서 퇴거했고, B씨는 피해 전세금이 8천300만원이며 경매차익을 보증금으로 전환해 피해주택에서 거주하고 있다.

특별법은 미흡한 동아줄이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다. 유효기간을 2년 연장하는 골자의 개정안들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혼란스러운 탄핵정국 속에 모두 손놓고 있다.

종료까지 약 두 달 남았다. 전세사기는 꼭 내가 아니더라도 내 자녀나 지인 등 가까운 사람의 일이 될 수 있다. 이는 고위 관직자나 정치인도 포함된다. 남의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국회와 정부는 국민의 주거권과 재산보호를 위해 특별법 연장은 물론 보다 실효성 있는 법을 만들어 주길 바란다. 국민을 위한 정치가 무엇인지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다시금 새기길 바란다.

/황준성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