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철거 용역 인부들이 불법 가건축물의 철제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다. 2025.3.3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지난달 31일 파주시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에서 철거 용역 인부들이 불법 가건축물의 철제 구조물을 해체하고 있다. 2025.3.31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파주시의 일명 ‘용주골’에 거주하는 성노동자들이 행정대집행으로 인한 인권침해를 국가인권위원회에 공식 제소할 예정이다. 용주골은 지난 2023년 1월 파주시장이 완전 폐쇄를 발표하고, 그해 11월 행정대집행이 시작됐다. 성노동자는 85명에서 60여명으로 줄었지만 아직 그곳에서 살고 있다. 코앞에서 굴착기가 건물 외벽을 부수고 소음에 땅이 진동한다. 2년 넘게 공권력의 성매매 공간 정리작업과 성노동자의 인권이 충돌 중이다.

경인일보는 유엔여성기구(UN Women)에 용주골 사태에 대해 물었다. 유엔여성기구는 “성노동자도 인권 보호를 받아야 하며, 정책 결정 시 당사자의 의견이 반영돼야 한다”고 답변서를 보내왔다. “특히 성노동자들이 특정한 폭력 위험에 처해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법과 제도를 통한 보호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보편적 인권이 지켜져야 하고, 공권력의 의사결정 과정에 당사자 의견을 반영해야 함을 분명히 명시했다.

파주시는 올해를 성매매 집결지 폐쇄 원년으로 삼고 예산 46억원을 편성했다. 이 중에서 38억6천만원이 건물 매입비다. 시는 용주골 성매매 집결지 일부 건물을 매입한 뒤 철거해 성매매 업소 운영을 근본적으로 차단한다는 계획이다. 성노동자들은 이 과정에서 보호받고 보상받는 것은 건물주라고 주장한다. 정책 집행을 위해 건물주에게 후한 조건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시의회도 ‘건물주 배불리기’를 지적했다. 반면 임대차 계약서 없이 거주해온 용주골 성노동자들은 주거권이나 퇴거 보상 같은 법적 보호조치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현재 행정대집행은 불법 건축물로 적발된 9개 건물을 포함해 주로 성매매 업소가 자리 잡은 1층 영업공간을 대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시가 성매매 근절정책의 당사자인 성노동자가 아닌 건물주와만 소통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건물주들이 성매매업소 사장들에게 먼저 철거를 요구한 뒤, 세입자인 성노동자 여성을 내쫓을 우려가 커지는 이유다.

파주시의 용주골 정비사업은 정책적 타당성과 여론의 지지로 명분이 있다. 하지만 행정의 명분과 다수의 이익이 소수자인 성노동자들의 인권을 경시할 근거가 될 수는 없다. 유엔여성기구의 견해를 전폭 지지하기에는 법적 제한이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도 소수자의 삶과 인권을 제외하는 정책은 후진적이다. 국가인권위의 전향적인 판단과 파주시의 섬세한 정책 수정을 기대한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