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는 최근 SNS ‘트루스 소셜’에 “4월 2일을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선언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친구와 적을 막론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이용당하고 착취당해 왔습니다. 이제 사랑하는 우리 미국이 그 돈의 일부를, 존경을 되찾아 올 때입니다. 신이시여 미국을 축복하소서.” 그날이 왔다. 트럼프는 2일 오후 4시 백악관에서 미국 해방을 위한 보검, 상호관세를 뽑아든다. 우리 시간으로 오늘 새벽 5시다. 미국의 상호관세가 예상대로 충격적이면 지금 언론들은 일제히 미국 발 경제공포를 쏟아내고 있을 테다. 캐나다와 멕시코를 직격한 상호관세 쓰나미는 국제 시차를 따라 아시아를 거쳐 유럽으로 퍼질 것이다. 세계경제대전 발발이다.
트럼프의 미국이 19세기 야만적 야욕의 시대로 회귀했다. 미국인들은 멕시코 영토인 텍사스, 캘리포니아에 정착한 뒤 무력으로 독립했다. 미국 정부는 정착민이 점거한 텍사스를 연방에 편입한 뒤, 작정하고 전쟁을 벌여 캘리포니아를 편입하고 애리조나 등 광활한 땅을 헐값에 매수했다. 멕시코는 찰나의 순간에 영토의 절반을 잃었다. 당시 대통령 제임스 포크는 서부 영토 확장을 미국의 ‘명백한 운명’이라 했다. 미국의 이기적인 자기 최면에, ‘가여운 멕시코’는 “신은 먼데 미국은 너무 가깝다”고 자조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는 19세기 미국 이기주의의 복사판이다. 캐나다는 미국의 51번째 주(州)이고, 그린란드도 갖겠다는 대목에선 말문이 막힌다.
미국발 상호관세의 공포에 우리가 제대로 대응할지 걱정이다. 우리 내부의 더 큰 공포 때문이다. 4월 4일 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여부를 선고한다. 찬반으로 갈린 정당과 국민은 원치 않은 결과가 나올까 공포에 질렸다. 미얀마의 지진보다 국내의 산불피해가 더 큰 걱정인 법이다. 헌재 선고로 마주할 정치적 공포 때문에 트럼프의 상호관세 공포를 잊을 수 있다. 헌재 선고 이후 폭발할 절반의 분노로 오랜 시간 미국발 경제위기를 까먹을까 걱정이 천근만근이다.
상호관세가 미국을 해방시킬지 의문이지만, 한국의 경제영토를 잠식할 것은 분명하다. ‘탄핵심판의 날’에 매몰되면 ‘미국 해방의 날’의 가장 심각한 피해국이 될 수 있다. 관세전쟁이 세계대전으로 비화됐다. 수출경제가 전부인 한국만 ‘가여운 멕시코’ 신세로 떨어질 수 있다. 탄핵의 강 너머에서 정신 차려야 산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