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경기도 임차권 등기 2844건

매월 증가세 세대 막론 피해자 발생

이사해도 대항력·우선변제권 유지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로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2025.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미추홀구 전세사기피해 대책위원회 회원들이 지난 1월 23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앞에서 미추홀구 전세사기 속칭 ‘건축왕’ 남헌기씨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로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2025.1.23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수원의 한 빌라에 거주하는 30대 김모씨는 최근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했다. 전세 임대차계약이 만료됐고, 만료일로부터 6개월이 지났는데도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아서다. 김씨는 “신혼집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는데 집주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있다”며 “일단 이사를 가려면 임차권 신청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탄했다.

전세사기와 깡통전세 우려에 비(非)아파트 전세기피 현상(3월26일자 12면보도)이 짙어지면서 경기도내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도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2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 건수는 2천844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빌라 등이 포함된 집합건물 임차권 등기신청은 2천204건으로 전국 최다 수준이다. 집합건물 기준 신청건수는 ▲1월 633건 ▲2월 741건 ▲3월 830건 등으로 월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깡통전세 피해자가 지속 발생한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도 경기도 임차권등기명령 신청은 1만3천29건으로 전국 최다를 기록했다. 전국 신청건수는 4만8천41건으로 4건 중 1건은 경기도에서 발생했다. 연령별로는 30대가 6천219건으로 가장 많았다. 40대(2천754건), 20대(2천418건), 50대(1천582건), 60대(741건), 70대(302건) 순이었다. 세대를 막론하고 피해자가 발생하고 있다.

피해자 발생 요인으로는 전셋값 하락이 꼽힌다. 집과 전셋값이 고점이던 2022년 이후로 체결된 전세계약 만기가 도래한 시점에 부동산 침체와 비아파트 기피가 맞물리며 전셋값은 하락했다. 깡통전세 우려에 전세를 반전세나 월세로 변경하는 보증부 월세가 늘면서 소자본 갭투자로 비아파트를 소유한 임대인이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는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을 받지 못한 임차인은 임차주택 소재지 지방법원 등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명시한다. 임차권 등기를 신청하면 등기부등본에 반환되지 않은 보증금 채권이 있다고 기재된다. 임차권 등기를 마치면 이사를 간 뒤에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이 유지된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사례가 지속 발생하는 상황 속 전문가들은 최우선변제금 이하로 보증금을 낮춘 보증부 월세만이 해결법이라고 봤다.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임차권 등기 신청이 많다는 것은 전세가격이 하락하면서 임대인이 새로운 임차인을 찾지 못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많다는 뜻”이라며 “결국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을 할 때 임대주택의 거래가 60% 이하로 권리 분석을 하면 이사를 가거나 임차 보증금을 보호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