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건 ‘종결 논란’

 

고용부 “사업장밖, 통제받지 않아”

산안법 위반 여부 조사 않고 끝내

“정부가 자료 제공, 알선 책임 회피”

고용허가제 업체 ‘자동 면책’ 우려

후센(29·인도네시아)이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진 가운데, 기숙사로 사용되던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2025.2.1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후센(29·인도네시아)이 일산화탄소 중독(추정)으로 숨진 가운데, 기숙사로 사용되던 빌라에 폴리스라인이 붙어있다. 2025.2.19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외국인 노동자가 회사에서 제공 받은 기숙사에서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숨진 사건(2월24일자 7면 보도)을 조사한 고용당국이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지 않고 사건을 종결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다시 들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 후센의 노래

다시 들을 수 없는 이주노동자 후센의 노래

후센의 쌍둥이형과 고향 친구들도 믿지 못할 마음을 품고 장례식장에 모였다. 이후 자정이 넘어 함께 영안실에 누워있는 후센의 얼굴을 보고서야 그의 죽음을 인정했다. 그리곤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소리 내 울었다.”(사촌형 A씨) 이날(16일) 오후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0295

사업주가 관리하는 ‘기숙사’에 해당하지 않아 ‘업무상 재해’ 여부를 따져볼 필요가 없다는 게 노동부 주장인데, 외국인 노동자들이 제공 받는 숙소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사업주를 ‘자동 면책’하는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2월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의 기숙사로 사용되던 평택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인도네시아 국적 후센(30)이 숨진 사건에 대해 사업주의 산안법 위반 여부를 수사하지 않고 종결 처리했다고 2일 밝혔다. 경찰은 후센의 사인이 일산화탄소 중독으로 추정된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부검 소견을 토대로 가스 누출로 인한 사고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후센이 사용했던 방은 창문을 열면 보일러실과 붙어있는 등 불안정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후센이 살던 곳이 근로기준법상 기숙사가 아니라는 점을 이유로 이번 사고가 산안법 위반 여부 수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고용노동부 평택지청 관계자는 “망인이 생활한 곳은 사업장 밖에 위치하고 일상 생활에서 회사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숙사가 아닌 단순 숙소로 보인다”며 “(외국인고용법에 의거해 기숙사 시설표를 제출받은 것과 관련)해당 법령은 사업주가 숙소를 제공할 때 근로기준법에 나오는 기숙사 시설 기준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의미지, 법령상 기숙사에 해당한다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사업주가 관리·감독하는 기숙사가 아니라는 점을 토대로, 사업주의 귀책 사유를 따져볼 필요가 없어 종결 처리했다”고 부연했다.

사업장 부속 기숙사의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사업주의 안전 관리 책임이 제기된다는 건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산안법상 사업주가 지배·운영·관리하는 장소에 대해서는 안전 확보 의무가 생기는데, 기숙사도 회사 시설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실제 기숙사에서 노동자가 가스폭발로 숨진 사건에 대해 법원은 배기판의 설치 위치가 잘못됐고, 가스누출 자동차단기 등이 설치되지 않은 점을 이유로 사업주의 시설관리 소홀로 인한 업무상 재해로 판단하기도 했다.

이에 노동부의 이번 판단을 두고, 고용허가제를 통해 외국인 노동자들을 고용한 사업주들이 이들에게 제공하는 숙소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에서 자동으로 벗어나게 된다는 우려가 크다. 고용허가제를 신청하는 상시근로자 300인 미만의 제조업체 등 중소기업들이 사업장 내 부설 기숙사를 제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최정규 법무법인 원곡 변호사는 “후센씨가 거주한 곳은 회사가 소유한 주택이었고, 매달 5만원을 관리비 명목으로 회사에 지불하는 등 회사가 건물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한 기숙사였다”며 “노동자들은 한국 정부가 제공한 기숙사설치표를 보고 거주한 건데, 정작 기숙사에서 사고가 발생하자 노동부는 단순 변사 사건으로 처리해 이들을 알선하고 기숙사를 관리해 온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