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공개뿐… 보유자체 제한 안해

정치권서도 개선 필요성 언급 지적

경기도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 신고 내역 중 도내 지자체의 A시의원이 보유한 미국 국채 현황. ‘T1.25 05/15/50’로 표기된 장기 국채로 금리는 1.25%이며 발행 후 30년 뒤인 2050년 5월 15일에 만기가 도래한다.
경기도공직자윤리위원회가 공개한 재산 신고 내역 중 도내 지자체의 A시의원이 보유한 미국 국채 현황. ‘T1.25 05/15/50’로 표기된 장기 국채로 금리는 1.25%이며 발행 후 30년 뒤인 2050년 5월 15일에 만기가 도래한다.

강달러로 서민들의 경제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경기도 기초의원 등 고위 공직자들이 보유한 미국 국채(4월3일자 1면 보도)가 공직자윤리법의 사각지대를 드러내며 논란이 일고 있다. 현행법상 주식은 백지신탁 대상이지만, 채권류 자산은 규제 대상이 아니어서 이해충돌 방지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나라 원화 떨어져야 수익… 강달러에 베팅한 경기도 시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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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한 사례로 선출직 의원들의 윤리성도 도마에 오른 것이다. 2일 경기도공직자윤리위원회 자료를 분석한 결과 도내 한 지자체의 A시의원이 본인 명의로 미국 국채 18만4천주(현재가액 1억3천여만원)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국채는 ‘T1.
https://www.kyeongin.com/article/1734796

공직자윤리법을 보면 고위 공직자는 3천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매각 또는 백지신탁이 의무다. 주식 보유는 경영권과 연결돼 있어 공직 수행 중 특정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백지신탁 대상은 재산공개 의무가 있는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광역·기초의회의원 등이다.

반면, 미국 국채와 같은 채권류 자산은 이런 규제 대상이 아니다. 보유 사실은 공개해야 하지만, 보유 자체를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이로 인해 경제 정책을 다루는 고위 공직자가 환율 급상승으로 막대한 수익이 발생하는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더라도 주식과 달리 백지신탁 등의 의무가 적용되지 않아 이해충돌을 사전에 조치하기 어렵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4.3 /기획재정부 제공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민·관 연구기관장 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2025.4.3 /기획재정부 제공

공직자윤리법의 사각지대가 드러난 상황이지만 그간 해당 법은 주식 보유 위주로 다뤄져 왔다. 주식의 경우 공직자가 특정 기업에 유리한 결정을 내릴 위험이 있어 2000년대부터 여러 차례 법 개정이 이뤄졌지만 채권 등 국채와 관련한 규제는 제대로 논의되지 못했다. 결국 최근 강달러 상황에서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한 고위 공직자들이 윤리 문제에 직면했으나 현행법상 이를 들여다볼 수 없는 실정이다.

고위 공직자의 이런 행위는 경제 위기가 들이닥친 상황에서 사회적 신뢰를 저해할 위험이 크다. 특히 최상목 경제부총리의 경우 경제수장으로서 환율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으면서도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해 이해충돌 논란에 휘말렸다. 비판 여론이 거센 가운데 도내 한 시의원은 자신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처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문제가 확산되자 공직자윤리법의 허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정호철 경실련 금융개혁위원회 부장은 “채권류 자산은 단순히 돈을 빌려주는 행위로 간주돼 규제 대상에서 제외돼 있어 관리·감독이 소홀하다”며 “전환사채(CB)처럼 주식으로 전환 가능한 채권은 물론, 단순 채권인 미국 국채도 강달러로 수익이 발생하는 현 상황에서는 이해충돌 문제가 불거지게 된다”고 우려했다.

정치권에서도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은 “해당 법 안에 주식 백지신탁 제도는 마련돼 있는 반면 채권류 자산에 대해서는 명확한 규제가 없다”며 “경제부총리 같은 고위 공직자가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서 미국 국채를 대규모로 보유하는 것은 이해충돌 소지가 크다. 법 개선도 필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공직자 스스로 책임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