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자친구와 헤어져서 청소기 싸게 팔아요.” “다음 달 이민 가서 급히 가전제품 정리합니다.” “민트급(상태 좋은 제품) 명품 반값 처분합니다.” 매수 욕구를 자극하는 문구들이다.
악성 사기수법이 중고거래 플랫폼의 질서를 어지럽힌다. 다른 스마트스토어에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으로 제품을 등록한 뒤 ‘당근’ 판매글에 URL 링크를 첨부한다. 시세를 부풀려 비싸게 팔려는 속셈이다. ‘문고리 거래(현관문에 물건을 걸어두는 방식)’도 주의가 필요하다. 집 주소를 알려주고 상품 사진을 보내 의심을 피한다. 갑자기 약속이 생겼다며 선입금을 요구하면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상품도 못 받고 돈만 날리게 된다. 거꾸로 구매자가 판매자를 노리기도 한다. 포인트로 살 테니 특정 사이트에 물건을 등록해 달라고 요구한다. 등록하려면 보증금을 입금해야 한다. 이때 사이트 상담원은 ‘금액 인식오류’를 핑계로 추가 입금을 강요한다. 100% 사기다.
전세사기가 판을 치는데도 아파트가 직거래된다. 강남의 50억원대 아파트부터 월세 30만원짜리 원룸까지 다양하다. 요지경 세상이다. ‘당근’의 부동산 직거래 성사 건수는 2021년 268건에서 2022년 7천94건, 2023년 2만3천178건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는 5만9천451건으로 3년사이 220배나 폭증했다. 거래가 성사되면, 복비를 아낄 수 있는 상부상조다. 하지만 위험부담이 크다. 등기·소유권·신탁·가압류 여부·근저당권 설정 채권액 등 스스로 확인할 게 많다. 아파트 직거래 사기 수법은 정교하고 대범하다. 집을 살 것처럼 고객을 가장해 공인중개사사무소에서 출입문 비밀번호를 알아낸다. 집주인 행세하며 물건을 올리고 매수자 사냥에 나선다. 걸려든 매수자에게 비밀번호를 알려주고 집구경을 하게 한다. 계약금만 이체받은 뒤 잠적한다.
당근은 지난 2월 부동산 물건에 ‘본인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휴대폰 문자로 신분을 확인했던 ‘점유 인증’보다는 한 단계 진전됐다. 하지만 허점은 여전하다. 본인인증을 거쳐도 타인 소유의 집을 매물로 올리는 건 막을 방도가 없다. ‘집주인 인증’과 모니터링 시스템이 시급한 이유다. 당근은 장마당만 펼쳤지만, 사기 피해자들은 당근을 원망한다. ‘당근의 배신’이란 오해가 싫다면 선량한 이용자를 보호할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당신 근처의 이웃을 의심하는 사이 매너온도(이용자 신뢰지수)가 식어간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