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수원시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일가족 4명이 세상을 떠났다. 남편이자 아버지는 아파트 단지 지상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고, 집안에는 아내와 중학생 아들, 초등학생 딸이 숨져 있었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 구두 소견, 현장 정황 등을 토대로 아버지가 나머지 가족을 살해한 뒤 투신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모가 자녀의 목숨을 끊은 뒤 자살하는 일이 또 일어난 것이다.
자살을 결심한 부모에 의해 아이들이 생을 마감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자녀 살해 후 자살 건수’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도 평택시의 한 아파트에서 어머니가 아이를 살해하고 자살하는 일이 벌어졌다. 경찰은 이들의 주거지에서 “아들을 데리고 먼저 간다”는 내용의 유서를 발견했다고 한다.
어머니가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유서에서 우리 사회의 잘못된 인식을 엿볼 수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를 데리고 죽을 권리는 없다.
한 전문가는 “‘아이는 부모에게 종속된 존재’라는 극단적 가부장 사고에서 비롯된 행위”라며 “유교 문화권이 아닌 나라에서는 이 같은 일이 드물다”고 꼬집었다. 자녀의 의사를 묻지 않은 채 생명권을 박탈한다는 점에서, 이것은 비틀린 사랑이 아니라 학대일 뿐이라는 지적을 기억해야 한다.
다만 위기 가정에서 주로 발생하는 문제를 오롯이 부모 개인의 책임으로 떠넘길 순 없다. 자녀와 함께 죽어야겠다는 생각은 혼자 남겨진 아이가 사회에서 무사히 살아갈 수 없다는 걱정과 맞닿아 있어서다.
수년 전까지만 해도 ‘일가족 동반자살’이라는 틀린 말로 치부하던 문제를 ‘자녀 살해 후 자살’로 고쳐 논의한다는 점에서 사회는 진일보했다. 이제는 부모의 불신을 해소할 수 있도록 제대로 된 아동 복지 체계와 사회 안전망을 내보여야 한다.
/마주영 사회부 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