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에서 국가원수로 직행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시간은 4일 탄핵으로 끝났다. 한국 정치사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혜성처럼 등장해 최고의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추락도 한 순간이었다.

첫 검사 출신이자 서울 출생 대통령, 그리고 국회의원을 거치지 않은 첫 대통령이라는 기록을 남겼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현직 대통령으로서 파면당했다.

재판관 전원 일치로 윤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하자 대통령실은 침묵에 휩싸였다. 윤 전 대통령은 관저에서 파면 선고 과정을 지켜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은 헌재의 파면 선고로 현재 거주하는 한남동 관저에서 사저로 이사를 해야 한다. 파면 결정이 나면 대통령의 예우가 박탈되기 때문에 사저가 마련되는대로 이사해야 한다.

당선 전 거주하던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사저로 돌아가는 방안이 유력하지만, 아직 한남동 관저에서 이사 준비를 하거나 서초동 사저를 손보는 등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통상 대통령이 물러나면 사저 주변에 미리 경호동을 설치하는데, 윤석열은 준비할 시간이 없었고 아크로비스타 사저 주변에 별도 시설을 찾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현행 법에는 탄핵된 대통령이 언제까지 관저를 퇴거해야 하는지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지만,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 기각 이틀만에 삼성동 사저로 옮긴 전례로 볼때 조만간 사저 이사 문제에 대한 입장이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파면 결정에 대해 윤 전 대통령은 변호인단을 통해 “그동안 대한민국을 위해 일할 수 있어서 큰 영광이었다. 많이 부족한 저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고 밝혔다.

파면 결정 이후 대통령실 봉황기는 곧바로 내려갔다. 다만 신변·사저 정리 등을 위해 며칠간 관저에 머물 가능성도 있다.

/정의종기자 je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