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년 전 1987년 6월 29일자 경인일보 1면 헤드라인은 ‘直選制(직선제)로 합의改憲(개헌)’이다. ‘새 헌법에 따라 대통령 선거, 내년 2월 정부이양을 실현’이라는 부제목도 보인다. 본문은 이날 민정당 노태우 대표위원이 ‘국민 대화합과 위대한 국가로의 전진을 위한 특별 선언’을 발표했으며 그가 “여야 합의 하에 조식히 대통령 직선제로 개헌, 새 헌법에 의한 대통령 선거를 통해 88년2월 평화적 정부 이양을 실현토록 해야겠다”고 말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대통령 직선제는 38년 전인 1987년 여름 시민들이 되찾아온 권리였다. 독재를 끝내고 대통령을 국민의 손으로 뽑는 새 헌법은 분명 우리 민주주의의 큰 진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헌법의 한계 또한 드러났다. 지난해 12월3일 느닷없이 선포된 비상계엄은 낡은 1987년 헌법 체제가 가진 한계를 보여준 단적인 예다. 비대해진 행정부 대통령 권력은 폭주했고, 비상식적이고 비정상적 조치를 취하며 국가 위기로 이어졌다. 입법부 책임도 크다. 거대 양당은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대치 속에서 해법을 찾기 보다 싸움에 몰두하며 평범한 국민 반목을 조장했다.
그날 경인일보 신문으로 알 수 있는 노 대표의 말 가운데 “우리 정치권은 물론 모든 분야에서의 반목과 대결이 과감히 제거돼 국민적 화해와 대단결을 도모해야 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2025년 지금의 대한민국을 설명하는 모습으로 보아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자연스레 권력 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두 갈래로 나뉜 대한민국을 통합하려면 행정부와 입법부와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 행정부와 입법부가 가진 권력을 지방과 나눠야 한다는 ‘지방분권 개헌’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가 권력을 시민들이 직접 선출하는 것을 뛰어넘어 지방 스스로 권력이 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지방분권 개헌의 핵심이다.
17개 지방정부 협의체는 최근 지방분권 개헌안을 성안해 공개했다. 헌법은 지방을 제대로 살피지 못했다. 자치가 헌법에 명시됐지만 자율권은 부여되지 않았다. 새 헌법은 이제 중앙과 지방이 동등하게 협력할 수 있는 체계를 담아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우원식 국회의장이 가진 6일 기자회견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 의장은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했다. “국민주권과 국민통합을 위한 삼권분립의 기둥을 더 튼튼하게 세우기 위한 개헌이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이제 더는 개헌 논의를 미룰 수 없다. 지금, 새로운 헌법을 써야 할 때다.
/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