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직에서 파면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직 중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는 불소추특권을 잃으면서 각종 의혹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헌법재판소가 12·3 비상계엄을 둘러싸고 제기된 ‘의원 끌어내기’, ‘정치인 체포 지시’ 등 핵심 의혹들도 대부분 사실로 인정하면서 내란 우두머리 혐의 관련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헌재가 공개한 17쪽의 탄핵심판 선고 요지를 보면, 국회에 군과 경찰을 투입했다는 소추사유를 파면의 핵심 근거로 들었다.
윤 전 대통령은 국회를 봉쇄하거나 계엄 해제 의결을 방해할 의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국회의사당 본회의장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한 적도 없다고 했다.
그러나 헌재는 윤 전 대통령이 직접 조지호 경찰청장에게 전화했고 경찰이 국회 출입을 전면 차단한 점, 윤 대통령이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에게 “의결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은 것 같으니,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안에 있는 인원들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한 점을 사실로 인정했다.
정치인·법조인에 대한 체포 시도가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헌재는 홍 전 차장의 진술을 사실로 인정하고 최소한 우원식 국회의장, 이재명·한동훈 대표, 김명수 전 대법원장 등에 대한 ‘위치 확인 시도’는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필요시 체포할 목적으로 이를 지시했으며 윤 전 대통령의 관여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에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관련 형사재판에 대한 영향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앞서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달 24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부장판사 지귀연)의 심리로 열린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부 부인했다.
1차 공판은 오는 14일로 예정돼 있다. 피고인인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출석해야 한다. 공판준비 기일이 아닌 본 공판에는 피고인 출석이 의무사항이다.
내란 우두머리 혐의뿐 아니라 배우자 김건희 여사와 관련된 각종 의혹들도 수사에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서울중앙지검 명태균 의혹 전담 수사팀(팀장 이지형 차장검사)은 윤 전 대통령과 배우자 김건희 여사가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지난해 22대 국회의원 선거 등에서 명씨 요청에 따라 국민의힘에 특정 후보 공천을 요구하는 등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다.
명씨가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 전 대통령을 돕기 위해 81차례의 공표·비공표 여론조사를 했고 3억7천520만원의 비용은 모두 연구소가 부담했으며 일부 조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조작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의심한다.
검찰은 앞서 공천과 관련해 정치자금을 주고받은 혐의로 김 전 의원과 명씨를 기소했으나, 윤 전 대통령 부부가 공천에 관여했는지 등에 관해서는 판단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직 대통령과 영부인 수사라는 현실적 제약이 사라진 만큼, 조만간 윤 전 대통령 부부 소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