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경찰국가 미국은 세계 도처의 전선에서 미국과 미군에 협조한 현지인에게 특별이민비자 혜택을 준다. 헌신에 대한 보상이자, 현지 조력자들은 전장의 반미세력에게 넘겨주지 않겠다는 인도적 배려다. 이라크 전쟁에서 미군에 협력한 이라크인들이 특별비자로 미국 땅을 밟았다. 주한미군에서 20년 이상 근속한 한국인 군무원도 특별이민비자 혜택을 받는다.
2021년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했을 때도 미국은 특별이민비자로 1만6천여명의 반탈레반 현지 조력자들을 구출했다. 이때 대한민국도 다급한 구조 요청에 직면한다. 파병 전력이 있는 친미국가 한국의 대사관과 KOICA(한국국제협력단) 등 각종 기관에 종사한 탓으로 탈레반의 표적이 된 현지 조력자들의 SOS였다.
구조 결단을 내린 한국 정부는 미라클 작전을 실행했다. 공군 수송기와 육군 호위병력을 파견해 390여명의 아프가니스탄 조력자들을 구출한 것이다. 수송기가 이륙한 다음날 탈레반은 카불 공항을 폐쇄했다. 작전은 명칭 그대로 기적 같았다. 정부는 법령을 개정해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들을 특별기여자로 분류해 장기거주가 가능한 F-2비자를 발급했다. F-2비자 발급 대상에 ‘특별기여자’가 신설된 유래다.
정부가 6일 인도네시아인 3명에게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F-2비자 발급을 결정했다. 3인 중 수기아토씨는 이미 언론에 대서특필된 산불 의인이다. 지난달 25일 밤 화마가 덮친 경북 영덕군 어촌마을 비탈길을 누비며 잠든 주민들을 깨우고, 거동이 불편한 80, 90대 노인들은 업어날라 구조했다. 8년 차 대게잡이 선원 수기아토는 그 마을에서 드문 30대 청년이자, 화급한 순간에 “할매”를 외칠 정도로 반토박이였다. 마을 노인들은 “자 아니면 다 죽었다”며 특별한 기여를 증언했다.
약소한 F-2비자에도 수기아토는 한 언론에 “한국 정부에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기뻐했다. 그에겐 F-2비자가 체류기한 족쇄를 벗겨줄 마법의 열쇠라서다. 청년들 씨가 마른 농촌, 산촌, 어촌을 외국인 청년들이 노동으로 유지한다. 그 자체로 한국에 대한 특별한 기여다. “앞으로도 마을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고 말한 수기아토에게 영덕 어촌마을은 ‘우리 마을’일 테다. 수기아토 같은 특별기여자가 많아지면 노인들의 마을을 지키고 유지할 수 있지 싶다. 인구소멸지역의 농·산·어촌을 특별기여 F-2비자 발급지역으로 지정해보면 어떨까.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