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은 파면됐다. 12·3 계엄 이후 극단적으로 분열됐던 대한민국을 치유할 수 있는 제도적 단초를 마련했고, 민주주의의 복원력을 보여줌으로써 대한민국이 건재함을 세계에 과시했다. 계엄이 아닌 ‘계몽’이란 궤변으로 국민을 현혹하고, ‘경고용’, ‘호소용’ 계엄이라는 강변이 탄핵 반대의 명분으로 차용되면서 상식과 이성이 무너졌던 위기를 극복했다. 법치주의의 승리이자, 민주주의의 회복이 아닐 수 없다.
헌법재판소의 선고는 명쾌하면서도 간결했다. 헌재는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 5가지를 모두 받아들이고 ‘내란죄 철회’나 ‘홍장원 진술 메모 오염’ 등의 절차적 시비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국회의 탄핵 남발 등으로 인한 국정 마비는 병력이 아니라 정치적·제도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이고, 국무회의 심의는 불충분했다고 판시했다. 포고령 1호의 국회·정당 활동 금지 내용은 명백한 위헌이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역시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법 위반으로 봤다. 또한 전현직 법조인 체포 시도는 사법권 독립의 침해라고 봤다.
이제는 갈등을 치유할 시간이다. 헌재는 “탄핵심판제도를 정부에 대한 정치적 압박 수단으로 이용했다는 우려를 낳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현직 대통령이 두 번째로 탄핵된 것은 다시는 없어야 할 대한민국 헌정사의 비극”이라며 “저 자신을 포함한 정치권 모두가 깊이 성찰하고 책임을 통감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탄핵에 반대했던 시민들도 품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힘은 그간 보여왔던 ‘극우와의 동행’을 멈춰야 한다. 윤 전 대통령도 무조건 승복할 뜻을 밝히고 지지자들에게 자제를 당부해야 한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은 파면 결정 뒤, “국민 여러분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너무나 안타깝고 죄송하다”는 1분도 안되는 입장만 내놓았다. 헌재 최후 진술에서 67분 동안 자신의 주장을 내놓았던 것과 극명하게 대비된다.
헌재 선고를 계기로 여야 모두 현실로 다가온 대선에서 국민을 통합하고 국가를 정상화하는 데 만전을 기해야 한다. 경제와 안보의 위기가 쓰나미처럼 몰려오고 있다. 무너진 국가의 품격과 기능을 계엄 이전으로 되돌리고 여야 모두 극단의 진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주의를 회복하고, 위기 때마다 더 나은 성과를 창출했던 대한민국의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