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 여파 도내 봄축제 속속 축소
화기사용 위험 이유, 우선 제외돼
“행사 목전 취소, 재료 발주 피해”
“무대 사라져” 문화예술인 아쉬움

“겨우내 놀다 이제 장사를 시작하려는데 착잡합니다.”
벚꽃이 개화를 시작하면서 성수기가 찾아왔지만 10년째 푸드트럭에서 음료와 아이스크림을 판매해 온 상인 김인수(72·수원)씨는 좀처럼 웃지 못하고 있다. 전국적인 대형 산불의 여파로 지역 봄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시민들의 발길 역시 덩달아 줄어들 게 뻔해서다.
김씨는 “본래 벚꽃과 유채꽃 등이 피는 곳을 찾아가며 장사를 본격 시작하는데, 사람들이 모여드는 축제는 그중에서도 대목”이라며 “지역 축제가 사라지면서 오가는 사람들도 줄어든 데다 몇 없는 자리를 두고 싸움은 치열해져 더 힘들어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3월 전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의 여파로 경기도 내 지자체가 이달 초부터 예정했던 벚꽃축제를 속속 줄이고 있다. 만개한 벚꽃과 함께 본격적으로 한 해를 시작하던 푸드트럭 상인들과 문화예술 단체들은 재난으로 인한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울상을 짓고 있다.
6일 경기도 등에 따르면 도내 지자체들은 봄맞이 벚꽃축제를 잇따라 취소하거나 축소 운영하기로 했다. 수원시는 지난 4일 장안구 만석공원에서 예정한 ‘2025만석거 새봄페스타’를 잠정 연기하고 ‘황구지천 벚꽃축제’는 본무대를 제외하는 등 행사 규모를 줄였다.
이어 용인시도 ‘정평천 벚꽃 문화민속축제’를 취소했다. 의정부시와 안양시는 벚꽃이 늘어선 강변을 따라 열리는 ‘호원 벚꽃 페스타’와 ‘안양충훈벚꽃축제’에서 개막식과 먹거리 부스 등을 제외하는 등 축소해 운영한다.
이처럼 지자체들이 벚꽃행사를 취소하거나 대폭 축소하면서 푸드트럭 상인들의 시름 역시 깊어지고 있다. 이달부터 본격 시작되는 지역의 봄맞이 행사들은 붙박이 자리가 없는 푸드트럭 상인들에겐 대목에 해당하는데, 화기를 사용해 불이 날 위험이 크다는 이유로 행사에서 먼저 제외되면서 대목 맞이를 준비했다가 손해까지 떠안고 있다.
하혁 한국푸드트럭협회장은 “공원 내 취식 금지가 늘면서 현재 푸드트럭 상인 90%가 정해진 구역 없이 행사를 따라다니며 장사를 하고 있다”며 “4월에 잡혀있던 전국 행사 30건 중 벌써 20건이 취소됐는데, 지자체가 행사를 목전에 두고 계약을 취소하면서 대량소비를 대비해 열흘 전부터 재료를 발주해둔 상인들이 피해까지 입고 있다”고 했다.
지자체 벚꽃축제에서 공연을 앞뒀던 지역 문화예술단체들도 아쉬움이 역력한 모습이다.
경기남부지역의 한 지자체 소속 여성합창단원 손모씨는 “불가피한 재난이니 개막식 취소로 인해 함께 사라진 공연 기회도 애도에 동참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면서도 “벚꽃축제는 첫 행사라 새롭게 편곡한 곡을 연습하고 단복도 새로 맞추는 등 집중적으로 준비했는데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