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부가 추진 중인 유보통합(유치원·어린이집 통합)의 진행 과정이 순탄치 않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첫 시범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장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발의된 유보통합 3법(영유아보육법·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은 6개월째 묶여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정치권이 조기 대선 모드로 전환된 것도 변수로 등장했다.
유보통합은 유치원과 어린이집으로 나뉜 0∼5살 영유아 교육·보육 체계를 통합하는 정책이다. ‘상향평준화’된 체계 아래 모든 영유아가 이용기관에 관계없이 양질의 교육·보육 서비스를 받게 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치원은 교육부가, 어린이집은 보건복지부가 따로 담당하다 보니, 교사 자격도 다르고 돌봄시간과 지원금도 차이가 난다. 교육부는 우선 소관 기관을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영유아정책국을 신설해 행정적 첫 단추를 뀄다. 하지만 통합교원 양성과 자격체계 등 핵심 쟁점은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한 상태다.
경기도교육청은 교육부의 행보에 발을 맞추고 있다. 지난해 7월 유보통합준비단을 신설하고, 3가지 추진전략을 기본계획에 담았다. 지난 3월부터 내년 2월까지 시범사업 ‘경기형 다·같·이 처음학교’를 진행 중이다. 6개 참여기관(유치원 3개, 어린이집 3개)에 추가 인력을 지원한데 이어 협의체를 구성할 예정이다. 인천에서는 유치원 4곳과 어린이집 4곳 등 총 8곳이 시범운영에 참여하고 있다. 시교육청은 지난해 말 ‘인천형 유보통합 추진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의견수렴 시작 단계부터 교육·보육계의 반발은 거셌다. 지난해 12월 교육부의 공청회가 연이어 무산될 정도였다. 가장 뜨거운 논란은 역시 교원자격 문제다. 유아교육계는 자격취득 과정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고 통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재정 문제도 골치다. 유치원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어린이집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의 예산을 지원받는 구조다. 유치원은 정부 교육예산에 포함돼 비교적 안정적인 반면 어린이집은 지자체마다 예산 배정에 따라 지역 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유보통합’은 역대 정부마다 풀지 못한 30년 묵은 난제다. 통일보다 어려운 게 유보통합이라는 말이 그냥 나온 게 아니다. 교육부는 갈라진 의견을 통합하고, 보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정책에 현장을 억지로 끼워 맞추면 실패하고 만다. 교육·보육정책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