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등록 이주노동자 발목 절단 사고… ‘인권 침해’ 논란
파주서 몸 숨겼던 기계 작동돼 중상
과거 인권위 “안전 매뉴얼 개선을”
작년 2만명 가까이 적발 ‘수요 꾸준’
시민사회 “인력난 해소 함께 해야”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에티오피아 국적 30대 여성 A씨의 발목이 절단되는 사고(4월7일자 7면 보도)가 발생하면서 안전 문제 등 인권침해 우려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그간 단속 과정에서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무리하게 쫓거나 겁을 줘 위험한 상황으로 내모는 비인권적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다.
사고는 지난달 26일 오전 11시께 파주시의 한 골판지 제조 공장에서 발생했다. 양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관계자들이 미등록 이주노동자를 단속 중이던 당시 A씨가 대형 기계 설비 안으로 숨었고 기계가 돌연 작동하면서 A씨의 오른쪽 발목이 끼였다.
A씨가 숨어든 해당 기계는 골판지 공장에서 사용하는 압축력이 강하고 위험성이 큰 설비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A씨가 이 안으로 숨어들 정도로 공포감이 컸다는 점에서 단속 과정에서의 심리적 압박감이 상당했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 7일 법무부는 “해당 외국인이 국내에 체류하면서 치료받을 수 있도록 조치할 예정”이라는 입장을 반복했으나, 단속 과정에서의 안전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과거에도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 중 무리한 공권력 사용으로 인명 사고가 발생한 사례가 있다. 지난 2018년 김포시의 한 건설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노동자 딴저테이씨가 단속을 피해 창문으로 탈출하려다 지하 4층으로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당시 국가인권위원회는 법무부에 “단속 과정에서 강압적 조치를 자제하고 안전 매뉴얼을 개선하라”고 권고(2019년 판결)했지만, 이후에도 비슷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개선은 여전히 요원한 상황이다.
미등록 이주노동자 고용 수요가 꾸준하다는 현실도 간과할 수 없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차 정부합동단속에서 각각 불법체류 외국인 1만756명·불법 고용주 2천63명이 적발됐고, 2차 단속에서도 불법체류 외국인 8천476명·불법 고용주 1천692명이 검거됐다.
시민사회는 단속 강화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불법 고용의 원인인 저임금·고위험 업종의 인력난 해소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 소장은 “출입국사무소의 단속 과정에서 안전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철저히 들여다봐야 한다. 현행 방식은 수치 목표를 정해놓고 강압적으로 진행하다 보니, 무리한 체포 시도로 사고가 발생한다”고 말했고, 우다야 라이 민주노총 이주노조 위원장도 “단속 중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겁주거나 무리하게 쫓는 등 위험한 작업 환경으로 내모는 사례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양주 출입국외국인사무소 측은 “(불법체류자 단속 중 중대 사고가 벌어진 것과 관련) 이번 사안 뿐 아니라 출입국관리소 업무와 관련해서 언론 대응은 모두 법무부에서 담당하기로 돼 있다”고 밝혔다.
/유혜연·최재훈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