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에 불을 뿜는 화산이 있습니다. 맥도날드섬의 이름을 와퍼섬으로 바꿉시다’. 지난해 등장한 버거킹의 도발적인 캠페인이다. 수십년간 맥도날드만 두들긴 버거킹의 트롤마케팅이다. 경쟁사를 의도적으로 조롱해 이슈를 만드는 판매전략이다. 이름마저 비슷한 도널드 트럼프가 맥도날드섬을 재소환했다. 펭귄만 사는 무인도에까지 관세를 부과했다. 트럼프는 곧바로 조롱의 대상이 됐다. 펭귄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이 쏟아졌다. ‘관세 반대(NO TARIFFS)’ 피켓을 든 펭귄들이 시위를 한다. 관세율표를 본 펭귄은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른다. 펭귄은 백악관 트럼프 집무실에도 등장한다. 연미복까지 입은 펭귄인데 관세를 피하지 못했다. 정장을 입지 않아 면박당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연상된다.

관세폭군 트럼프 때문에 전 세계가 쑥대밭이다. 지난 2일 백악관에서 관세 정책을 발표했다. 각국을 상대로 한 10% 기본관세는 이미 5일 발효됐다. 9일부터는 국가별로 차등 개별관세를 추가해 상호관세를 부과한다. 중국은 즉각 34% 맞불관세를 선언했다. 이에 질세라 트럼프는 50% 추가관세를 경고했다. “묻고 더블로 가.” 도박판에서 판돈을 올리듯 청구서를 베팅한다. 관세 공포에 글로벌 증시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미국에서만 이틀 동안 6조6천억달러(약 9천691조4천400억원)가 증발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코스피와 코스닥도 동반 추락해 사이드카까지 발동됐다. 7일 하루 시가총액 112조원이 사라졌다. 대만은 9.7% 35년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일본과 중국, 홍콩 가릴 것 없이 줄줄이 미끄러졌다. 8일 미국 증시가 가까스로 진정됐지만 불안한 혼조세다.

이 와중에 한국의 경제 참사 시나리오가 나왔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올해 0%대 성장가능성을 거론했다. JP모건은 0.9%까지 하향했다. 투자은행 8곳은 평균 1.4%를 예상했다. 관세가 적용되기 전 수치라 더 암울하다. 미국 관세폭탄과 상대국 보복관세 싸움에 새우등 터질 경우는 최악이다.

“지구상 어느 곳도 관세로부터 안전하지 않다.”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 무역 거래가 없는 호주령 무인도에 관세를 부과한 맹목적인 관세전쟁에 기가 막힌다. 트럼프는 무관세 지역을 거쳐서 미국에게 제품을 팔 수 있다는 걱정까지 했다. 이쯤되면 강박이고 광기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