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경기본부 ‘화폐전시실’ 무료 개방
고려~현대 시대별 유물들 만나
기념주화·위폐 감식기 등 구경
수십개국 지폐 도감, 볼거리도

디지털 가상 화폐, 휴대전화 속으로 들어간 신용카드, 현금 없는 가게 등 화폐를 찾아보기 힘들어진 요즘이다.
지금도 발행되는 1원과 5원짜리는 어떻게 생겼는지, 과거의 화폐들은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 오늘날 우리가 쓰는 화폐들은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등의 여러 질문은 화폐가 여전히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로 자리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바로 한국은행 경기본부 ‘화폐전시실’이다.

넓고 환하게 트여있는 로비의 대형 미디어아트 갤러리 옆에는 두 개의 전시실이 마련돼 있다.
제1전시실은 시대별 화폐 유물과 화폐의 역사, 한국전쟁 당시 금괴이송작전, 최초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장면 등의 한국은행과 관련한 여러 에피소드가 전시된다. 몇 개를 제외하곤 전시된 유물이 진품이라는 점이 호기심을 더욱 자극한다.

아주 먼 옛날 물물교환에서 시작해 곡물, 소금, 금속 등이 화폐의 역할을 대신하기 시작했다. 이후 고려시대 만들어진 우리나라 최초의 주화 ‘건원중보’, 조선시대 유통된 ‘상평통보’를 비롯해 역사적 가치가 있는 우리나라 발행 화폐 약 160점이 각각 특색있는 모양과 색으로 그 변천사를 알려준다. 특히 과거 오백원, 오천원 권 등 지폐 속 위인들의 얼굴이 독일에서 화폐를 찍어낸 탓에 외국인의 얼굴처럼 표현된 것이 재미있다.

제2전시실에는 우리나라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의 주요 기능과 역할을 소개한다. 이곳에는 테마별로 전시된 기념화폐도 만나볼 수 있는데, 우리나라 역사에 기념이 될만한 스포츠·정치·사회·과학·문화예술 등의 기념주화들이 저마다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다. 기념주화는 보통 특정 행사가 있기 6개월여 전부터 예약을 받아 판매한다고 한다.

전시실 한쪽에는 화폐의 발행부터 환수과정, 위조지폐 감식기는 물론 폐기된 화폐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재활용되기 위해 잘게 갈려져 둥그렇게 뭉쳐진 폐기 화폐의 모습이 생소하면서도 신기하다.
로비에 있는 미디어 화폐 도감은 마치 ‘부루마블’처럼 생긴 터치스크린에 원하는 나라를 누르면 그 나라에서 쓰는 화폐들의 정보와 실물 모양이 뜬다. 화폐를 자세히 보고 싶다면 크기를 키워 볼 수 있고, 40개 가까운 나라의 다양한 화폐의 모습을 관찰할 수 있어 유용하다. 각 나라의 화폐에 그려진 도안들을 보면 그 나라에서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도 엿볼 수 있다.

어린이들에게는 곳곳의 체험 시설들로 흥미를 끌고, 어른들은 각 섹션마다 촘촘하게 적혀 있는 화폐 관련 내용들로 다채로운 지식을 얻을 수 있다. 금방 둘러볼 수 있을 것 같지만, 전시 내용이 풍부한 만큼 충분히 시간을 들여 둘러볼 것을 추천한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화폐전시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 10시에서 오후 4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