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뭉치면 살벌하고 흩어지면 살만하다.” 대가족의 스펙터클한 붕괴를 담은 영화 ‘장손’. “아주 붉은 것은 이미 보라색이다.” 팀을 되찾기 위한 FC안양 서포터스 RED의 네버 엔딩 러브스토리 ‘수카바티: 극락축구단’. 이뿐 아니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추락의 해부’, 베니스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도 있다. ‘경기인디시네마관’에서 주목받는 독립예술영화 10편이 절찬 상영 중이다. 5천원만 결제하면, 멀티플렉스에서 독립예술영화 개봉작 한 편을 감상할 수 있다. 일반 티켓값 1만4천원에 비하면 파격 혜택이다.
‘경기인디시네마관’이 지난 5일 첫 관객을 맞았다. 며칠동안 잠시 상영하는 이벤트가 아니다. 롯데시네마 광교점 1관을 365일 독립예술영화 상영관으로 지정했다. 지자체가 멀티플렉스사와 손잡고 직접 독립영화 전용관을 운영하는 건 경기도가 처음이다. 지난해 경기콘텐츠진흥원은 ‘인디한 편’ 기획전을 열고 5개 상영관에 무료상영을 지원하기도 했다. 다양성 영화 상영회를 돕는 ‘경기인디시네마 공동체상영 지원’을 올해도 이어간다.
독립예술영화 전용관은 턱없이 부족하다. 2024 한국영화산업결산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개봉된 독립예술영화는 298편으로, 이중 한국 독립영화는 123편이다. 전국 570개 극장 3천296개 스크린 중 독립예술영화전용관은 68개로, 경기지역엔 4개뿐이다. 지난 2월 도내 최초 독립영화전용관인 부천 ‘판타스틱큐브’마저 운영을 중단했다. 회당 평균 관객이 5.9명까지 떨어져 적자를 면치 못했다. 다행히 판타스틱큐브의 빈자리를 경기인디시네마관이 채웠다.
“경기인디시네마관 개관은 그 자체로 단비와 같습니다. 안정적인 상영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독립예술영화의 창작과 유통 환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공공과 산업이 결합된 모델로 관객에게 큰 반향을 일으킬 것입니다.” 김동현 서울독립영화제 프로그램위원장은 공적 선순환 구조에 주목했다.
관객이 낸 티켓값 5천원은 전액 배급사로 간다. 대신 도는 롯데시네마에 임대료 등을 지원한다. 경기인디시네마관의 등장은 영화산업에서 소외된 독립예술영화와 창작자에게 희망의 큐사인이 될 테다. 경기인디시네마관의 실험이 독립예술영화와 닮아있다. 경기도의 영화사랑이 더 각별해지기 바란다.
/강희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