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알베르 카뮈. 불의의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그는 유한한 인간의 삶에 명징한 의식을 갖고 사는 것에 대해 말해왔다.
특히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부조리’는 카뮈가 가진 주요 철학이자 그의 문학세계를 꿰뚫는 한 축이다. 소설가 최수철이 카뮈를 주제로 쓴 여행기에는 부조리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부조리라는 감정은 세상을 합리적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우리의 열망과 세상의 측량할 수 없는 비합리적 속성 사이에 존재하는 것이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감정은 과거에도 있어 왔고, 미래에도 역시 있을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혼란한 상황이 이어지는 현대 사회 역시 부조리는 늘 어딘가의 기저에 존재하고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일상적으로 겪게 되는 부조리를 해결하는 데에 있어 카뮈가 언급하는 ‘죽음’이라는 존재는 어쩌면 극단적으로 다가올 수 있다. 하지만 ‘이방인’의 뫼르소가 작렬하는 태양을 마주했던 순간처럼 한 사람을 몰아붙일 수 있는 가장 최후의 어떤 것이 죽음이라는 형태라고 한다면, 그 죽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짐과 동시에 현존하는 나와 내 눈앞에 있는 풍요를 포기하지 않는 의지, 그리고 삶을 똑바로 직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할 것이다. 각자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을 자신이 가진 힘과 열정을 다해 살아가는 그 자체야말로 인간이 가진 위대함이다.
계엄사태와 탄핵, 대통령의 파면에 이르기까지 국민이 보낸 시간은 적잖이 힘들었다. 매일 쏟아지는 어두운 경제지표들, 미국발 관세에 타격을 입는 기업들, 우리 사회에 씨줄과 날줄처럼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어려움 등 모든 것이 녹록지 않다. 여기에 개개인이 지니고 있을 크고 작은 문제들은 더욱 많을 것이다.
그저 카뮈의 이야기를 꺼내 곱씹어보고 싶었던 이유가 있다면, 다소 거칠거나 메말라 보여도 세상의 모든 부조리를 딛고 지금을 살아내는 모든 이들에 대한 공감이자 작은 응원이고, 감사의 마음이다.
/구민주 경제부 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