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정복 인천시장이 대통령선거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유 시장은 관선 김포군수와 인천 서구청장, 민선 김포시장을 거친 3선 국회의원이었다. 농림수산식품부와 안전행정부 등 2개 부처 장관에 이어 민선 6기 인천시장을 지낸 바 있으며, 민선 8기 시장으로 시정을 이끌고 있어 경력에 필적할만한 후보는 많지 않다. 그런데 온건한 행정관료 출신의 유 시장이 출마선언 장소를 인천 중구 자유공원 맥아더 동상 앞으로 잡은 것은 의외다.
맥아더 장군이 전쟁 수행 중 명령불복종으로 해임되어 강제 퇴역당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작전을 성공시킨 지휘관으로 기억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맥아더 장군 동상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인천상륙작전과 맥아더장군을 통해 보수층을 집결하려는 유 시장의 이미지 전략은 가뜩이나 보수와 진보의 갈등 공간처럼 바뀌어온 자유공원을 이념 대립 공간으로 고착시킬 수 있다.
이 장소 선택은 유 시장이 민선8기 내내 펼쳐온 인천상륙작전 드라이브의 연장선이다. 인천시는 최근 3년간 수십억원의 예산을 인천상륙작전 행사에 투입해 왔으며 지난해에는 특별 조례를 제정하고 국제평화도시에도 가입했다. 분단국가 대한민국의 해상접경도시인 인천시가 국제평화도시를 선언하여 남북 긴장완화와 세계평화에 기여하기 위해서라면 환영할 일이다. 그런데 평화도시가입 선언은 전쟁퍼레이드와 같은 인천상륙작전 재현 행사를 위한 국제 네트워크 구축용이란다. 평화를 내세워 냉전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다.
원도심 재생을 위한 ‘제물포르네상스’ 프로젝트를 최대의 시정과제로 내세워 왔던 유 시장이 맥아더 동상 앞에서 대선 출마선언을 한 것에 대해 대선의 1차 관문인 국민의힘 경선 승리를 위한 보수집결용으로 이해하자는 관용론도 있다. 그렇다 해도 갈등을 부르는 정치가 아니라 통합의 정치로, 이념이 아니라 정책으로 승부하는 것이 옳다.
시장의 대선 출마로 인천시 핵심사업의 차질이 예상되고 산하기관들은 정치적 중립도 의심받고 있다. 인천시 싱크탱크인 인천연구원이 대선용 정책과제 개발에 나섰다는 소식이 들려오는가 하면, 인천문화재단은 인천상륙작전 제75주년을 맞이해 2억5천만원 규모의 창작뮤지컬 제작·공연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유 시장의 선거전략과 연관 지어 문화예술을 정치의 도구로 삼았다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경인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