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내 부동산 임의경매 증가세
작년比 2.7% 늘어 집합건물 비중커
보증금 미지급 등 임차인 피해 우려

수원 소재 한 다세대주택에 거주하는 전세임차인 이모(32)씨는 최근 살고 있는 건물이 임의경매개시가 됐다는 고지서를 받고 망연자실했다. 임대인이 시중은행에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으나 대출금을 갚지 못한 영향이다. 이씨는 “임대인이 갭투자를 통해 여러 건물을 산 것으로 알고 있는데, 줄줄이 경매로 넘어가는 모양새”라며 “대출로 전셋집을 마련한 거라 하루하루 피가 마른다”라고 하소연했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경매로 넘어간 경기도내 부동산 물건이 매년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고금리와 부동산 침체 장기화 여파로 매년 경매 물건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10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경기도 부동산 임의경매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9천8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8천768건 대비 2.7% 증가한 것으로 전국 최다 수치다. 올해 1분기 수치가 2020년 한해 임의경매 개시결정 건수(2만776건)의 절반 수준이다.
임의경매란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린 채무자가 원금이나 이자를 3개월 이상 갚지 못했을 때 채권자가 대출금 회수 목적으로 부동산을 경매에 넘기는 절차다. 강제경매와 달리 재판 없이 경매를 신청할 수 있으며, 주로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일 때 임의경매가 활용된다.
경기도내 임의경매건수는 해마다 증가세다. 1분기 기준 ▲2022년 3천378건 ▲2023년 5천180건 ▲2024년 8천768건 ▲2025년 9천8건이다. 부동산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 대비 경매건수가 2.6배 가량 늘었다.
특히 아파트와 빌라 등이 포함된 집합건물 임의경매 비중이 크다. 올해 1분기 경기도내 집합건물 임의경매 개시결정등기 신청 건수는 3천730건으로 집계됐다. 임의경매 중 41.4% 수준이다. 월별로 보면 1월 935건, 2월 1천225건, 3월 1천570건 등으로 계속 증가세다. 2022년 1분기 1천75건과 비교하면 245% 급증했다. 경매로 넘어간 주택이 많다는 뜻이다. 저금리에 풍부한 유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몰리며 집값이 오르자 ‘영끌’을 통해 주택을 산 이들이 대출 이자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2차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자기자본 없이 대출로 건물을 산 임대인이 제때 대출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건물이 경매로 넘어간다.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들어지는 셈이다.
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경기 악화가 장기화되면서 대출을 갚지 못한 영끌족이 늘어나 경매 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게 경매로 넘어가면 결국 임차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경기부양 활성화 정책이 시급하다”라고 말했다.
/윤혜경기자 hyegyu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