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중심지역관서제’ 부작용
공간 확보 않은 채 인력·장비 통합
부천 계남지구대, 정원 53명 → 96명
순찰차 주차공간 부족 인근 학교로
남부청 “인프라 개선 대체지 물색”

지구대·파출소 2∼3곳의 인력과 장비를 치안수요가 많은 한 곳으로 통합 운영하는 ‘중심지역관서제’가 시행되면서 주차공간 부족 등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공론 정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경기남부경찰청(이하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경기남부청 관내에는 서현지구대(분당)와 영통지구대(수원남부), 고촌파출소(김포) 등 총 11곳(3월31일자 7면 보도)이 중심관서로 운영되고 있다. 중심지역관서제는 치안 수요가 적은 공동체지역관서에 최소 인력 1~2명과 장비만 남겨둔 채 나머진 모두 중심관서로 옮기는 제도다. 가용 가능한 자원을 늘려 현장 대응력을 강화하고 직원들의 근무여건을 개선한다는 취지에서 경기도에선 지난해부터 시행하고 있다.
인력과 장비를 대거 옮겼으나 중심관서 건물과 부지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일부 관서에서 포화현상이 관찰된다. 대표적으로 부천원미 계남지구대는 지난해 중심관서로 지정되면서 인근 원미지구대의 인원을 흡수, 정원이 53명에서 96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분당 서현지구대는 50명에서 80명, 성남수정 단대파출소는 23명에서 33명, 김포 월곶파출소는 13명에서 20명으로 증가했다. 당초 지구대 통합을 앞두고 경찰 내부에서 근무여건 악화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는데, 우려가 현실이 된 상황이다.
이날 찾은 계남지구대 앞 주차장은 순찰차가 출동할 공간만 남겨놓은 채 차들이 테트리스를 하듯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지구대 양 옆에 우체국과 행정복지센터가 자리잡고 있는 탓에 차를 대신 댈 만한 공터도 없었다. 궁여지책으로 직원들은 지구대 인근 초등학교에 협조를 구한 뒤 주차하고 있었다.
또 지구대 내부에 공간이 부족해지면서 부지 한편에 컨테이너를 마련해 직원 탈의실로 사용하고 있었다.
도내 한 중심관서에서 만난 경찰관 A씨는 “인원은 크게 늘었지만 건물은 그대로라 불편한 부분이 많다”면서 “멀쩡한 지구대들을 텅 비워두고, 직원들 불편만 야기하는 제도를 시행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명예교수는 “동네 지구대가 문을 닫아 불안한 주민과 일선에서 직접 뛰는 경찰 모두가 제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셈”이라며 “취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기대한 바와 다른 결과를 받아든다면 굳이 밀어붙일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중심지역관서제는 잘 설계하면 요긴한 제도가 될 수 있는 만큼, 제대로 된 정지작업을 거치거나 부작용을 보완하면서 시행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경기남부청 관계자는 “이상동기범죄가 급증하면서 발 빠르게 관련 대책을 마련하려는 측면이 있었다”며 “현장 근무 인프라를 개선하기 위해 대체 부지나 건물을 물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주영기자 mango@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