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 안산에서 ‘세월호 참사 11기 기억식’이 열린다. 2014년 4월 16일 오전 진도 팽목항 인근 바다에서 발생한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299명이 사망했고, 5명이 실종됐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의 인명 피해가 가장 컸다.
참사 초기 국민적 애도 분위기는 사고 수습과 원인 규명을 놓고 벌어진 정치적 충돌로 인해 해가 갈수록 옅어지면서 이제는 진영을 가르는 잣대로 보일 지경이 됐다. 사고 당일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오후에야 얼굴을 내밀어 정부의 부실 대응 논란과 정치공세를 자초했다. 야당과 진보 진영에선 잠수함 충돌설 등 각종 음모론적 가설들을 제기했다.
검찰은 2014년 대각변침과 화물 고박 불량으로 인한 사고라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고, 중앙해양안전심판원의 조사 결과도 같았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후 원인규명 작업이 재개됐다. 문재인 정부에 발족된 선체조사위원회, 특별조사위원회, 사회적참사특별위원회는 잠수함 충돌설, 좌초설 등 민간에서 제기한 외부 원인에 대해서도 집중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세월호 참사는 과도하게 정치화됐고, 추모와 기억도 진보 진영이 주도하고 독점하는 상황이 됐다.
최근 목포지방해양안전심판원이 지난해 11월 복원성 불량, 조타장치 고장, 화물 쏠림으로 급선회 및 급경사를 세월호 침몰 원인으로 판정한 사실이 알려졌다. 충돌설 등 외력에 의한 침몰 가능성은 배제했다. 10년 전 중앙해양심판원에서 내린 결론과 같다. 하지만 중앙심판원 조사 결과는 각종 특별조사가 시행되면서 폐기됐고, 특별조사 결과들을 수년 간 검토한 끝에 지방해양심판원이 국가 공인 결과를 확정 발표한 것이다.
증거 없이 제기된 음모론을 벗겨내느라 10년을 쓰면서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국민들이 분열된 것이다. 그러는 동안 사고의 최종 책임자인 청해진 해운은 천문학적인 배상 책임을 회피할 수 있었다. 해양심판원은 선박사고를 판정할 국가 공인기관이다. 목포심판원의 판단을 중앙심판원이 확정하면 정부 차원의 진상조사는 종결된다.
수용해야 한다. 그래야 사고 원점으로 돌아가 전국민이 다시 한마음으로 희생자들을 애도할 수 있고, 사고를 발생시킨 제도적 부조리가 여전한지 살필 수 있고, 무책임한 기업을 단죄할 수 있다. 그래야 올해 첫 삽을 뜬 안산 4·16생명안전공원에서 전체 안산시민과 전국민이 모여 그날을 함께 기억할 수 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경인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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