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단독 입수… 추도회 주민 초대 형식

경인일보가 단독입수 보도한 제암리 학살 문건은 추도회로 주민을 초대하는 형식을 띠고 있다. 1945년 해방에 이르러 1919년 발생한 비극을 바라보는 주최 측은 강한 어조와 강경한 규탄의 태도로 이 문제를 다룬다. 우아한 말로 치장하지 않은 채 각색되지 않은 날 것의 언어로 일제 만행을 폭로하는 내용이 담겼고 해방을 보지 못하고 숨져간 피해자의 넋을 기리는 마음도 담겼다. 특히 해방 공간에서 이런 모임이 만들어졌다는 것은 과거를 청산하려는 조선 민중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현대에 이르러서도 공감을 일으킨다. 아래는 문건 전문.

이십칠년 전 삼월 일일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에 짓밟힌 우리 강산을 해방하려고 조선의 투사들은 유혈투쟁을 전개하였다.

독립만세를 부르짖는 수많은 군중에게 칼잽이와 개무리들은 용서없이 발포하고 창검으로 탄압하였었다.

시산혈하(屍山血河) 아, 조선 사람이라면 우리 동포라면 누구나 반항과 만세와 살육이 교착한 이 처참한 조선 역사의 한 페이지를 혈루와 통분이 없이는 회고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제암동 예배당 대학살 사건이라면 누구나 잊지 못할 것이다.

기미 삼월 십오일―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날이다.

사사카(佐坂)라는 왜놈을 선두로 한 극악한 일본 놈과 경관대 놈들이 동민 30여 명을 교회당에 감금하고 이에 방화하여 화염 속에 학살하고 말았다.

포학한 그놈들은 이에 만족하지 아니하고 제암동 전 부락에 불을 질러 전소케 하고, 구사일생으로 이 곤경을 피하려는 부락민을 사살까지 하였었다.

악마와 같은 야만 일본 제국주의는 기어코 꼬꾸러졌다.

해방 조선의 우렁찬 종소리가 삼천리 방방곡곡에 들릴 때, 이 광명도 못 보고 원통하게 학살당한 동포를 회상하자!

수원의 동포여―모두 다 제암동 추도회에 참가하자!

제암동 학살 희생자 추도회

-일시: 시월 이십일 오전 십시

-장소: 수원 향남면 제암동 교회당

-주최: 향남면 인민위원회

-후원: 수원 청년동맹

참가 희망자는 시월 십구일까지 수원읍 인민위원회로 연락해주시면 편리를 도모하겠습니다.

희생자 추도금을 약간 내어 주시면 대단히 고맙겠습니다.

패잔 일본인을 철저히 배격하자!

사사카(佐坂) 등 공범자를 즉시 처형 요구!

조선 완전 독립 만세!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