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윤여정이 지난 19일 미국에서 “내 큰아들이 동성애자”라고 밝혔다. 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에 출연한 윤여정은 피플지 인터뷰에서 “나는 아들과의 사이에서 겪은 경험을 이 영화에서 공유했다”고 밝혔다. 영화는 한국계 미국 가정의 위장 결혼 소동으로 윤여정은 주인공인 동성애자 손주의 할머니 역할을 맡았다. 1993년 개봉한 대만 감독 리안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했다.
윤여정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내 큰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고, 뉴욕이 동성혼을 합법화했을 때 나는 거기서 그의 결혼식을 열었다”며 “한국에서는 여전히 비밀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으로 갔다”고 밝혔다. 오래전 아들의 커밍아웃을 존중하고 결혼식까지 열어준 윤여정이 정작 ‘동성애자 어머니’라는 커밍아웃(?)까지는 긴 세월이 걸렸다.
성소수자, 특히 유명인 성소수자의 커밍아웃은 지금도 많은 걸 희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 2000년 커밍아웃한 홍석천이 그랬다. 연예계에서 퇴출됐고 복귀에 수년이 걸렸다. 아들의 커밍아웃으로 아버지, 어머니도 하루아침에 ‘동성애자 부모’로 아웃팅됐다. 2024년 12월 SBS 예능프로그램에 등장한 홍석천의 아버지는 “불벼락”이라 했고 어머니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국에 돌아갔을 때 어떤 반응이 있을지 모르겠다. 아마도 그들은 내게 책을 집어던질 지도 모른다.” 칠십 넘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윤여정이다. 팔순을 바라보며 ‘동성애자 부모’라 커밍아웃하면서 걱정 한자락을 깔았다. 동성애 아들을 인정하고 결혼까지 시켰으면서도 오랜 세월 함구한 건, 아들과 자신을 불필요한 소음에서 차단하려는 의도였을 테다. 자식과 부모가 연좌된 문화에서, 성소수자와 부모는 커밍아웃과 아웃팅의 고통을 동시에 감수해야 한다. 개인이 맞서기 불가능한 문화다.
퀴어축제는 정치적 올바름(PC)과 전통적 성(性)인식의 충돌로 늘 시끄럽다. 성소수자를 향한 사회적 포용력이 높아진 만큼, 성소수자를 감추고 은폐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권력도 여전해서다. 윤여정은 “한국이 마음을 열기를 바란다”면서도 “여전히 모르겠다”고 밝혔다. 더 이상 숨길 것도 거칠 것도 없는 노배우의 지체된 고백이 성소수자를 둘러싸고 충돌하는 두 문화 사이에 있다. 귀국한 그녀를 대할 사회적 태도는 갈라질 테지만, 어느 쪽이든 진지해야겠다.
/윤인수 주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