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지사 출신 대선서 ‘경기더비’ 흥미 배가
역대 도전 좌절 역사 ‘잠룡들의 무덤’ 오명
풍수지리 기반 ‘공관 저주’ 미신 등장하기도
40여 일 후 결과… 道 성과 바탕 증명 앞둬
3명 전·현직 도지사 모두의 건승과 건투를

‘더비 매치(Derby Match)’는 지리적으로 인접한 프로스포츠 구단 간의 시합을 의미한다. 최근 수원FC와 FC안양 간 경기가 K리그에서 ‘1호선 더비’로 불리며 흥행몰이를 하듯이, 더비 매치는 지역 내 자부심이자 라이벌전으로 흥미를 배가시킨다. 정치에도 더비매치가 있다. 연고를 같이하다, 전국구로 맞붙게 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다. ‘6·3 대선’을 앞두고 김동연 경기도지사부터 이재명·김문수 후보 등 전·현직 경기도지사들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에서 각각 유력 후보로 당내 경선을 치르는 중이다. 게다가 이들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다투며, 경선 판세를 주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정가에선 이번 대선을 두고 경기도지사 출신끼리 경쟁하는 이른바 ‘경기더비’라고 부르기도 한다. 경기도에 뿌리를 둔 언론인 입장에서는 이 부분이 몹시 흥미롭다.
경기도지사로 당선되는 순간, 도지사는 ‘당연직’처럼 차기 대선 후보 반열에 오른다. 15대 대선 출마를 시작으로 19대까지 무려 5번(선언 포함) 대선 도전에 나선 초대 민선 경기도지사 이인제부터, 그의 뒤를 이은 손학규 전 도지사도 17대부터 20대까지 무려 4번의 대선 도전을 했다. 김문수 전 지사 역시 도지사 신분으로 18대 대선에 도전했다 경선에서 탈락한 경험이 있다. 남경필 전 도지사는 현역 도지사 신분으로 19대 대선에 나섰지만 경선에서 탈락했다. 이재명 전 도지사도 직전인 20대 대선에 도전해 본선 후보까지 됐지만, 본선에서 불과 0.73%p 차이로 쓴맛을 봤다. 김동연 도지사의 경우 20대 대선에서 새로운물결로 대선에 도전했다 이후 민주당에 합당했다. 이후 민주당 소속으로 경기도지사에 당선됐는데, 김동연 지사 역시 이번이 두 번째 대선 도전인 셈이다.
인구가 1천400만명에 육박하는 경기도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 불린다. 이런 경기도에 수장이 되는 경기도지사는 임기 내내 대중의 집중조명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역대 경기도지사들은 줄기찬 대권 도전에도 불구하고, 좋은 결과는 얻지 못했다. 대선 때마다 유력 후보로 떠올랐지만, 정작 문턱에선 영호남 후보와 충청 대망론 등에 밀렸다. 이 때문에 경기도지사는 ‘대권 잠룡들의 무덤’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연이은 경기도지사의 대권 도전 실패는 풍수설(風水說)에 등장할 정도다. 옛 경기도지사 공관(公館·현 도담소)이 예로부터 인근 주민들에게 전염병 환자들을 격리하는 ‘병막(病幕)’이라 불리며 시신들을 안치했다고 전해지는 등 ‘터’가 좋지 않아, 도지사들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게 풍수설에 기반한 일명 ‘경기도지사 공관 저주’다.
경기도지사란 자리가 대권 잠룡의 무덤이 될지, 아니면 이들의 부활지가 될지 여부는 40여 일 후면 확인된다. 저주를 풀 수 있을지, 또 한 번 ‘터’ 탓을 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한 달하고 열흘 후면 알 수 있다. 미신은 차치하고, 경기도지사 출신은 최소한 경기도에서 낸 성과를 바탕으로 대중들에게 소구력 있게 설명하고, 이를 통해 정치인으로서 자신의 효능감을 증명해야 한다. 이재명 전 지사는 경기도에서 지역화폐와 기본소득을 키웠고, 김문수 전 지사는 도지사 시절 GTX(수도권광역급행철도) 구상을 처음으로 꺼내, 현재의 GTX를 가능케 했다. 김동연 지사는 글로벌 관세 전쟁 속에 지방외교를 기반으로 경제에 능통함을 각인시켰다.
3명의 전·현직 도지사 모두 차기 대통령 자격이 있다는 스스로의 판단 아래 국민의 선택을 받기 위해 나섰다. 이들 모두의 건승·건투를 빈다. 다만 경기도지사 출신 대선 후보라면 경기도가 품은 현안 문제 만큼은 등한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균형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규제로 고통받는 수도권 역차별을 외면하지 않았으면 한다. 반도체·자동차·바이오 등 경기도가 강점을 지닌 첨단산업의 지방 이전을 공약으로 내걸어서도 안된다. 당선만 된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판다는 게 선거다. 대통령이 되기 위해 악마에게 영혼을 팔더라도, 전·현직 경기도지사가 경기도민을 배반하는 공약을 내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김태성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