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 아직 먼 이동의 자유
“평택서 서비스 혜택, 열에 한두명”
가평·안성 등 도농복합지역 비슷
서비스 시간 산정법 등 개선 요구
“사업 잘 모르거나 가족돌봄 인식”
‘장애인의 날’인 4월 20일을 장애계에서는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이라고 부른다. 2001년 70대 장애인 노부부가 시흥 오이도역에서 장애인 리프트로 지상 역사에 오르던 중 7m 아래로 추락한 이후다. 이 사고로 할머니는 치료 중 숨졌고, 할아버지는 두 다리가 부서지는 중상을 입었다. 이들은 역귀성해 서울의 아들 집으로 향하던 중이었다. ‘이토록 평범한 일상에서도 죽음을 각오해야 하는가’ 다시 장애 차별 철폐의 날을 맞은 시점, 이들의 당연한 요구는 어디까지 닿아 있을까.

지난 18일 만난 이창균 평택 에바다장애인자립생활센터장은 이 같은 물음에 여전히 긍정적인 답을 내놓을 수 없다. 인간다움을 얘기할 때 가장 기초적인 지표로 삼을 만한 이동권조차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 센터장은 “평택에서 이동·가사·사회활동 등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중증장애인은 10명 중 1~2명 수준”이라며 “이들은 장애 정도가 심해 외부의 도움이 없으면 자립생활에 어려움이 있지만 정부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는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의 가사·사회 생활을 지원사를 통해 돕는 정부 사업이다. 수급자의 여건을 고려해 하루 최대 24시간 지원받을 수 있다. 그러나 평택에서 24시간 케어를 받는 중증장애인은 고작 8명뿐이다.
경기도 전역으로 넓혀도 ‘수급 사각지대’ 문제는 크게 다르지 않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등록 중증장애인(65세 미만) 13만6천755명 가운데 정부의 활동지원서비스를 받는 이는 3만1천849명(23.29%)에 불과하다. 중증장애인 4명 중 1명만 최소 시간 이상의 정부 지원을 받는 셈이다.
평택(16.11%)뿐 아니라 가평군(12.9%), 안성시(13.58%) 등 도농복합 성향이 두드러진 지역에서 특히 낮은 서비스 이용률을 보이는 점도 눈에 띈다.
장애계는 서비스의 낮은 이용률 문제와 함께 수급대상자의 서비스 시간 산정 방법 또한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센터에서 만난 와상장애인 홍석준(56)씨는 “장애인들에 대한 지원이 전보다 좋아졌지만, 여전히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교통도 불편한 지역인 데다 홀로 움직일 수 없어 24시간 지원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장은 “재가 장애인이 많고, 장애인들의 연령대가 특히 높은 도내 교외지역에서 서비스 이용률이 낮은 건 여전히 이런 기본적인 정부 사업조차 모르고 있는 분들이 많다는 것과 ‘가족과 형제·자매가 장애인 가족을 돌봐야 한다’는 오래된 인식이 만연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제도가 있어도 지역 곳곳에서 권리를 누리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많은데, 이들이 이동권을 제대로 누릴 수 있게 정부·지자체가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수현기자 joeloac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