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간 전국 14건 이상 유죄… 브로커 “300만원 달라” 허위거주 등 꾸며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경남 진주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공공임대주택 사업이 부정입주를 알선해 금전적 이익을 노리는 브로커들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 21일 경인일보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전국 지방법원에서 공공주택특별법위반 등에 대해 선고한 1심 판결문을 입수해 분석한 결과, 14건 이상의 사건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

취약계층의 주거 기회를 뺏고 부정을 저지른다는 공익 침해에도 낮은 형량에 부정입주 사례가 최근 들어 급증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3년에 3건, 2022년 4건, 2021년에는 5건의 사건이 판결됐다.

입수한 14건의 판결문 중 11건이 집행유예, 3건이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공통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공공임대주택 거주 요건을 갖춘 적법한 입주신청자의 주거 마련 기회를 빼앗아 죄질이 나쁘다고 판시하면서도 유예기간 없는 실형은 거의 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김진희(60·가명)씨는 2022년 2월 브로커 A씨를 통해 “300만원 주면 LH 전세임대주택 입주시켜 주겠다”는 내용의 부정입주를 제안받았다.

A씨에게 300만원을 입금한 김씨는 그의 지시대로 수원시 팔달구의 한 고시원으로 전입신고를 하고, 브로커와 공모된 고시원장으로부터 2021년 11월부터 거주한 걸로 꾸며진 영수증을 수령했다.

이후 행궁동 주민센터를 방문한 김씨는 허위의 고시원 거주사실 확인서 등을 임대주택 입주 신청서와 함께 제출했다. 수원 영통구의 한 임대주택에 당첨된 그는 전세금 명목의 9천500만원도 LH로부터 지원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LH에 적발돼 지난해 12월 재판에 넘겨졌고, 지난달 31일 수원지방법원에서 징역 4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김씨 외 수십명에게 작업비를 받은 브로커 역시 덜미를 잡혀 서울북부지방법원에서 지난해 6월 징역 1년 6월을 선고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상태다.

김씨와 같은 브로커를 통해 남양주시의 한 임대주택에 부정 입주해 전세금 7천만원을 지원받은 박기형(34·가명)씨도 벌금 600만원이 선고됐다.

법조계에선 관련 범죄가 증가하는 만큼, 형량 강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공공주택특별법은 부정하게 주택을 임대받은 자에 대한 형량을 최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법률사무소 집현전의 이호동 대표변호사는 “공공임대주택 부정입주는 부당하게 타인의 주거 기회를 뺏는 범죄”라며 “특별법 개정을 통해 형량을 높이거나 양형기준을 높이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고건기자 gogosi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