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선구 아파트서 2명 숨진채 발견
관리대상 지정 불구 치료 안 받아
“제도적 개입 범위를 고민할 때”

수원시 권선구의 한 아파트에서 모녀 관계인 여성 2명이 숨진 채 발견(4월21일자 인터넷보도)된 가운데, 두 사람은 지자체가 복지 사각지대로 분류해 관리하던 위기가구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수원시와 관할 권선1동 행정복지센터 등에 따르면, 숨진 두 사람은 기초생활수급자나 차상위계층은 아니었지만 지난해 7월 ‘복지 사각지대 발굴 대상’으로 통보돼 사례관리 대상자로 지정된 것으로 파악됐다. 수원시는 이후 긴급 생계지원, 주거지원, 난방비 지원 등 기초 생활물품을 제공하고 정기적인 전화 및 가정방문을 병행해왔다.
딸에게는 우울증 증세가 있었으며 담당 공무원이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입원 치료를 권고했으나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LH 긴급주거지원 대상자로도 선정됐지만 “생활 여건이 맞지 않는다”며 입주를 포기했고, 어머니 역시 긴급복지 신청을 권유받았으나 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았다.
권선1동 관계자는 “지속적으로 설득했지만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제도적으로 개입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밝혔다.
가장 최근 이뤄진 연락은 지난 9일 어머니와의 통화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연락이 끊긴 가운데, 지난 21일 아파트 위층에서 “이상한 냄새가 난다”는 민원이 접수되면서 관리사무소가 소방에 신고했고, 출동한 구조대와 경찰이 문을 강제로 열고 숨진 모녀를 발견했다. 시신은 사망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난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 발생 전 해당 세대에는 법원 등기 우편물이 수차례 도착했으나 최근에는 반송이 반복된 점도 확인됐다. 해당 가구에 등기 우편을 가져왔던 집배원은 “항상 어머니가 직접 수령했지만, 한 달 전부터는 사람이 나오지 않았고 반려견 짖는 소리만 들렸다”고 전했다.
앞서 2022년에도 수원시 권선구의 한 연립주택에서 세 모녀가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된 바 있다. 당시 이들은 빚 독촉에 따른 극심한 트라우마로 복지제도 이용을 스스로 포기했고, 상속 포기나 긴급복지 제도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사회에서 자발적 배제를 선택한 이들의 상황은 기존 복지 시스템이 포착하기 어려운 새로운 유형의 사각지대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번 사건 역시 복지 지원 체계 안에 있었지만 실질적 개입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 모녀 사망 사건과 유사성을 보인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위기 상황임에도 당사자가 복지 지원을 거부할 경우, 국가가 이를 강제로 개입하기 어려운 점에서 딜레마가 존재한다”며 “특히 이런 가구는 사회와 장기간 단절돼 있었을 가능성이 크고 복지 수급 여부를 온전히 판단하기 어려운 상태일 수도 있다. 단순한 자발적 거부로만 볼 것이 아니라 제도적 개입 범위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유혜연·마주영기자 pi@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