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서 만난 솔로몬(39·필리핀)씨는 “회사에 수 차례 퇴직금을 요구했음에도 주지 않아 노동청을 찾았다”고 말했다. 2025.4.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22일 오전 수원시 영통구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서 만난 솔로몬(39·필리핀)씨는 “회사에 수 차례 퇴직금을 요구했음에도 주지 않아 노동청을 찾았다”고 말했다. 2025.4.22 /목은수기자wood@kyeongin.com

“회사에 이미 임금을 달라고 수 차례 이야기 했어요.”

22일 오전 9시30분께 수원시 영통구 수원출입국·외국인청 면회실. ‘법무부’ 로고가 적힌 푸른색 의복을 입은 솔로몬(39·필리핀)씨는 이렇게 말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인 그는 노동청에서 체포될 줄 알았느냐는 질문에 “지금까지 주변에서 협박을 받은 친구들이 돈 받기를 포기하는 걸 많이 봤다”면서도 “조카까지도 돈을 달라고 회사에 연락했지만 받지 못해 기관을 찾은 건데, 추방 절차를 밟게 될 줄은 몰랐다. 한국인 중에도 퇴직금을 받지 못한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임금체불 진정을 위해 찾은 노동청에서 체포돼 출입국사무소로 인계되는 사건(4월21일자 7면 보도)이 발생한 가운데,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조력자가 없는 한 구금 상태에서 체불 임금을 받아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솔로몬씨는 지난 18일 수원시 장안구 고용노동부 경기지청 건물 3층 복도에서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10여년 동안 일한 용인시의 석재 공장에서 지난해 11월 퇴사한 이후 퇴직금 등 5천만원가량을 받지 못해 두 번째 대질심문을 위해 노동청을 찾은 날이었다. 조사를 마치고 나오는 과정에서 ‘시비가 붙었다’는 내용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했고, 솔로몬씨가 체류자격이 만료된 사실을 확인, 현행범 체포했다. 그는 닷새째 수원출입국 내부 보호실에 구금된 상태다.

지난 21일 이주민단체는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노동청 안으로 들어와 잡아가면 누가 신고를 하느냐”며 “폭력행위가 없었는데도 수갑을 채워 이송한 건 명백히 과도한 공무집행”이라고 비판했다. /독자 제공
지난 21일 이주민단체는 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노동청 안으로 들어와 잡아가면 누가 신고를 하느냐”며 “폭력행위가 없었는데도 수갑을 채워 이송한 건 명백히 과도한 공무집행”이라고 비판했다. /독자 제공

이날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솔로몬씨의 신원보증인으로서 ‘보호일시해제’를 청구하기 위해 출입국을 찾았다. 체불 임금을 받아내기까지 일시적으로 풀려나기 위함이지만 걸림돌은 사유 증빙과 보증금이다. 솔로몬씨처럼 노동청의 진정이 진행 중인 경우 ‘체불임금확인서’가 발급되지 않아 받아야 하는 임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빙하기 어렵고, 체류 기간에 따라 300만~ 2천만원의 보증금까지 필요하기 때문이다.

고 대표는 “노동청에서 진정 절차를 진행중이면 제출한 휴대폰으로 출석요구가 오는 등 안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직접 구제절차에 관여하기가 힘들다”며 “외부에서 도와주는 사람이 없으면 사실상 체불 임금을 오롯이 받아낸 뒤 출국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어 “출입국의 추방 전 신원 조회 과정에서 임금이 체불된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사측에서 응하지 않으면 ‘비행기값 정도만 달라’며 합의하고 추방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이 임금 체불을 신고하면 경찰에 신고해버리는 경우가 허다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결국 임금체불 문제가 발생한 경우에 대해 ‘통보의무 면제제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등록 외국인이 범죄 피해를 입고도 강제 퇴거의 두려움 때문에 신고하지 못하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해 수사 과정에서 체류기간 만료 사실이 드러나도 신상정보를 출입국외국인청에 통보할 의무를 면제하는 제도다.

/목은수기자 wood@kyeongin.com